안바울(22·남양주시청)은 유도 대표팀에서 ‘멘털갑’으로 통한다. 생각한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해지게 마련인데 안바울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최민호 남자 대표팀 코치의 설명이다. 2008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이 떠올려진다고 했다. 현역 시절의 왕기춘은 그 흔한 징크스도 없고 경기 전에 라면을 먹을 정도로 여유로운 스타일이었다.
안바울은 “져도 괜찮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올림픽까지의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브라질에 왔다. 세계랭킹 1위가 말해주듯 66㎏급의 강력한 우승후보이기도 했다. 4강에서 맞붙을 ‘천적’ 에비누마 마사시(6위·일본)만 넘으면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안바울은 에비누마에게 2전2패를 기록 중이었다.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유도 66㎏급 준결승. 에비누마와 격돌한 안바울은 중반에 빼앗긴 지도를 종료 28초 전에 극적으로 만회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어렵게 몰고간 연장에서 그는 지친 듯한 에비누마를 밀어붙였고 시작 49초 만에 상대의 업어치기 시도 때 되치기로 유효승을 거뒀다. 대표팀 트레이너인 조준호 코치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오심 논란 끝에 에비누마에게 당했던 패배도 대신 설욕한 셈이 됐다.
사실상의 결승에서 이겼으니 금메달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천적과 접전을 치르는 사이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왔고 결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결승 상대인 파비오 바실(이탈리아)은 세계랭킹(26위)은 비교적 낮지만 만만찮은 상대. 올 초 파리 그랜드슬램에서도 지도승으로 어렵게 이겼다. 3주 전 입은 왼어깨 부상에 이날 왼팔꿈치까지 다친 안바울은 특유의 강한 멘털로 이겨내 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경기 시작 1분24초 만에 업어떨어뜨리기 한판패를 당한 그는 좀처럼 흘리지 않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전날 여자 48㎏급 정보경(안산시청)에 이은 한국유도의 두 번째 은메달이다.
시상식 뒤 안바울은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져서 허탈했다. (상대의) 기술이 제대로 걸려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결승에서 (팔꿈치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쓰이긴 했다. 왼쪽 업어치기를 해야 하는데 팔꿈치를 다쳐서…”라고 부상을 아쉬워하다가도 “다 핑계다. 변명밖에 안 된다. 이겨냈어야 하는데”라며 자책했다. 그러고는 “올림픽은 축제이지 않으냐. 즐기려고 마음먹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안바울은 아직 어리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으니 2020년 올림픽 금메달 기대는 더 커졌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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