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논의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여름철 과중한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6단계(500kW) 이상 가구 수의 비중이 전체의 4%에 불과하고 평균 사용가구인 4단계(301~400kW) 이하에는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용에 비해 가정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원가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가정에 징벌적 요금을 매긴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평균 전력사용량을 살펴보면 4단계에 해당하는 340~350kW를 사용하며 이들 가구는 평균적으로 5만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한다”며 “누진제가 국민 대다수에게 징벌적으로 요금을 물린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채 실장은 “언론에서 징벌적 요금제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4단계 구간까지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을 하고 있다”며 “주택 원가가 100이 들어간다면 현재 92~95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수입패턴이나 자원구조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300kW가 넘어가면 8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하지만 우리는 월별로 5만원 정도를 낸다”며 “일본보다 연간 40~50만원의 저렴한 전력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름철 급증하고 있는 전력수요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제는 필요하다고 정부는 항변했다. 7~8월 여름철에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위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채희봉 실장은 “현행 전기요금제가 징벌적이라면 1년 내내 전기요금을 많이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여름철 전력피크를 위해서만 발전소를 세울 수 없는 만큼 누진제를 통해 수요 관리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채 실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누진제 구간 간소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원가보다 저렴한) 주택용 전기요금을 그대로 두고 누진구간을 바꾸게 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많이 쓰는 사람은 경감을 받고 적게 쓰는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저소득층이 거꾸로 징벌적인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을 비싸게 물리고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채 실장은 “지난 1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6% 인상했고 주택용 요금은 11% 인상됐다”며 “고유가에 따라 인상요인이 발생했을 때 주택용보다는 산업용에 인상비중을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다른 나라도 주택용보다 산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며 “2014년 기준 OECD 평균은 산업용 요금이 100이면 주택용은 141로 산업용이 40% 싸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용이 100이면 주택용은 108로 산업용이 8%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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