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이 최근 선박 5척을 발주처에 인도해 1,000억여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 등에서 경영난을 겪는 STX조선 협력업체에 1,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한다는 결정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소식 외에 STX조선의 기존 수주 물량에서 취소 건이 늘어나는 등 부정적인 신호도 있어 회사의 성공적인 회생 여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와 STX조선 등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기존 수주 잔량 56척 가운데 5척의 건조를 마치고 발주처에 인도까지 성공했다. 이로써 STX조선은 계약금 잔금 등 1,000억여원을 확보했다. 이들 5척 선박은 비교적 저가 수주한 것이지만 회사가 워낙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터라 1,000억원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회사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회생 초기만 해도 “밀린 납품대금을 주기 전까지는 선박 기자재 납품 등에 협조할 수 없다”며 버티던 협력업체들이 최근 ‘협력 기조’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애초 수십 곳에 이르던 비협조적인 협력업체가 지금은 한 자릿수로 줄었다”고 전했다. STX조선이 미지급 납품대금 가운데 200억여원은 갚은 데다가 장윤근 법정관리인이 협력업체들을 일일이 찾아가 “협조를 부탁한다”며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가 밀린 대금부터 지급하라며 선박용 후판을 공급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이 걸리지만 STX조선은 최근 이 후판 물량을 중국·일본 수입으로 돌려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법원과 STX조선은 올해 말까지 추가로 수주 잔량 중 10척 정도를 더 인도하고 현재 추진 중인 STX프랑스의 매각이 잘 마무리되면 회생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TX프랑스는 유망 산업인 크루즈선 주력이라 성공적인 매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회생에 부정적인 요소들도 적지 않다. 일례로 STX조선은 수주 잔량 가운데 14척만 취소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취소 계획 물량이 19척으로 늘어났다. 취소 물량이 늘어나면 회사 입장에선 운영자금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은행 등 채권단 입장에선 선수금환급보증(RG) 리스크가 커진다.
신규 수주 소식이 전혀 없는 것도 불안 요소다. 회사가 정상화되려면 결국은 신규 수주가 이뤄져야 하므로 STX조선은 여러모로 신규 수주를 타진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등 탓에 아직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원과 STX는 내년까지 신규 수주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회생 계획안을 만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수주 잔량을 최대한 성공적으로 건조하고 채권단 협조 아래 다음 달까지 견고한 회생 계획안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르면 9월 회생 인가가 나면 회사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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