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중국에 대한 세계 3대 기행문으로 꼽히는 ‘최부의 표해록(漂海錄)’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원래 한문으로 쓰여진 표해록이 한글로 처음 번역된 것은 1979년이다. 이번에 새로운 ‘표해록’ 번역본의 저자인 최철호는 최초 번역본을 만든 최기홍의 아들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인 셈이다. ‘표해록’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존재조차 희미했을 때인 1979년 국역자인 최기홍은 자비로 번역하고 2,000부를 발행해 언론과 학술단체 등에 배포했다. 정식 출판사에서 발행된 것은 10년 후인 1989년이고 이후 수십권의 번역본이 시중에 나왔다.
저자인 최철호는 “그간 발간된 표해록을 비교 연구하고 현장 답사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선친의 오역, 오독을 바로잡으면서 개정작업을 착수했다”며 새로운 표해록 번역본을 발간하는 의의를 밝혔다.
‘표해록’은 조선 성종 때인 1488년 최부가 쓴 중국 기행문이다. 제주도에 관리로 부임한 당시 35살 최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수하 42명과 함께 고향 나주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탄 배는 곧 풍랑을 만나 표류했고 천신만고 끝에 닿은 곳은 중국 저장성이었다. 최부 일행은 중국에서 조선의 관원이라는 신분이 밝혀질 때까지 갖은 고초를 당했고 이후 신분이 인정돼 귀국길에 오른다. 일행은 항저우에서 베이징까지 대운하를 따라 이동한 뒤 육로로 만주를 통과한 후 의주를 거쳐 무사히 귀국했다. 표해록에 기록된 중국 체험은 136일이다. 이들을 맞이한 성종은 그간에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했고 이에 최부는 ‘중조문견일기’(中朝聞見日記)를 써서 제출한다. 이 일기가 훗날 ‘표해록’으로 발간된 것이다.
표해록은 15세기 명대의 쑤저우·항저우 등 강남지역 문화와 운하사(運河史),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 조선 항해술과 민속신앙 등을 자세히 정리한 일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함께 세계 3대 중국 기행문으로 꼽히기도 한다. 3만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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