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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롯데 부회장 자살] 비자금 의혹 핵심 키맨 '극단 선택'...오너일가 수사 제동 걸리나

檢 "물적 증거 확보" 자신 불구 방향 전면 재조정 가능성

'이인원 지시' 진술 나올 땐 총수일가 혐의 규명 힘들수도

롯데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인원(69)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자살하면서 검찰의 ‘롯데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가신그룹 3인방’으로 꼽히는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차례로 소환하는 등 수사에 활기를 띠는 듯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열쇠를 쥔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26일 경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밤이나 이날 새벽 양평에 가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주변에 있던 이 부회장의 차량에서 발견된 A4용지 4장(1장은 표지) 분량의 자필 유서에는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족들에게는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의 반대로 유서의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의 검안에서 외상은 없었으며 타살 혐의점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한 결과 전형적인 목맴사로 타살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을 마친 시신은 빈소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닷새간 진행된다.

26일 양평경찰서 소속 수사관들이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승용차를 살펴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연합뉴스




수사의 핵심 열쇠를 쥔 이 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검찰 수사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 방향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경영을 최일선에서 이끌었던 실세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탈세·횡령·배임 등 불거진 각종 혐의를 입증할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수사 방향을 전면 재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롯데그룹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이 부회장이 홀로 떠안을 경우 신 회장 소환 등 오너 일가 수사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살하면서 검찰 수사가 다시 경직될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직면하는 동시에 새롭게 수사 방향을 정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의 배경으로 이 부회장이 지목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을 둘러싼 모든 혐의가 이 부회장의 지시대로 이뤄졌다는 진술이 나오면 롯데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자평하던 검찰도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의 6,000억원대 탈세, 롯데건설의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그룹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 핵심 피의자로 판단했던 이 부회장이 자살을 택한 데 따라 앞으로 수사 동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거나 핵심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검찰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신 3인방의 진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 사장과 소 사장이 주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마저 사망하면서 검찰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를 잃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가신 3인방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혐의를 입증하는 데 가장 필요한 인물”이라며 “이들을 비롯한 여러 임원을 추궁해 받은 진술을 바탕으로 총수 일가를 조사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진동영기자 양평=최성욱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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