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9년 만에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낮은 모기지 금리와 고용 증가세가 맞물려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의 거품 논란도 제기된다.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신규주택 판매는 한 달 전보다 12.4% 증가하면서 연간으로는 65만 4,000채(계절 조정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10월 이후 약 9년 만의 최고치다. 신규주택 판매는 내장재와 가구·전자제품 등 연관 수요를 촉발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소비경기지표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신규주택 판매가 60만건을 훌쩍 넘기면서 골드만삭스 등 미 투자은행들은 부동산시장의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7월 신규주택 판매가 9년 만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65만채에 이른 데는 시장 규모가 훨씬 큰 기존주택 판매가 같은 달 539만채로 6월보다 소폭 감소한 영향은 있다. 하지만 기존주택 판매는 이미 6월 연간 환산 기준 557만채에 달하며 2007년 2월 이후 최고를 경신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의 체력을 회복한 상태다.
미 부동산 업계는 시장의 양축인 기존주택과 신규주택 판매가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런스 윤 연구원은 “7월 기존주택 판매가 소폭 축소된 것은 재고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상승해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AR가 집계한 7월 기존주택 가격 중간 가격은 24만4,100달러(약 2억7,280만원)로 1년 전보다 5.3% 오르며 53개월 연속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부동산시장 활황세는 주택공급 부족 속에서 최근 고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가 6월(29만2,000명)과 7월(25만5,000명)에 계속 20만명대를 훌쩍 넘기면서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18일 국책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은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3.43%를 기록해 1년 전(3.93%)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고 전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활용이 늘고 있는 15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도 2.74%로 1년 사이 0.4%포인트 내렸다.
8월 들어 뉴욕증시의 3대 지수인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스닥이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주택 및 오피스 임대료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자 자산 버블 경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 콜로니캐피털의 톰 버락 회장은 “부동산 렌털비가 오르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빌려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면서도 “열기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 최고치는 2005년 7월 139만채에 달한 바 있어 증시와 달리 부동산시장의 활기는 사상 최고 수준과 아직 거리가 있다. 미 경제도 하반기에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전미주택건설협회(NAHB)는 업황지수(50 초과시 호조)를 상반기 58에서 이달 들어 60으로 올렸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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