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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출신 두 감독이 본 '남다른 세상'

할리우드의 지성으로 꼽히는 두 여배우의 연출작품이 잇따라 한국 관객을 만난다. 조디 포스터의 4번째 연출작이자 첫 번째 장르영화인 ‘머니 몬스터’와 나탈리 포트먼의 첫 장편 연출작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다. 그들의 바라본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머니 몬스터




■조디 포스터의 ‘머니 몬스터’

생방송 인질극 소재로 예측불가 전개



화려한 입담과 전문 지식으로 무장, 시청자들을 주식의 세계로 유혹하는 인기 쇼호스트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의 라이브 쇼 ‘머니 몬스터’에 갑자기 무장한 괴한이 난입한다. 괴한의 정체는 최근 8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낸 초단타매매 전문 투자사 IBIS에 어머니의 유산 6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몽땅 잃은 카일(잭 오코넬)이다. 카일은 ‘저금보다 안전하다’는 달콤한 말로 자신의 주머니를 열게 한 리 게이츠를 인질로 잡고 IBIS의 CEO 월트 캠비가 직접 나와 주가 폭락의 진실을 진지하게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생방송을 중단해서도 안 되며 여차하면 방송국을 다 날려버릴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리와 제작진은 목숨도 구하고 시청률도 올리며 진실도 파헤치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조디 포스터라는 이름을 못 봤다면 그의 연출작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웠을 것 같은 영화다. 대담하고 자유분방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를 보며 신중하고 침착한 배우의 이미지를 떠올리란 어렵다. 그의 이름이 완전히 지워졌는데도 여전히 영화가 흥미롭다는 점이야말로 감독 조디 포스터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복잡한 돈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유쾌함과 재미를 잃지 않았고, 생방송과 인질극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자본가의 탐욕을 고발하는 주제 의식을 유지하는 균형감각이 가장 돋보인다. 캐스팅 또한 두말할 나위 없다.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잭 오코넬 등의 일급 배우들이 시청률을 위해 오두방정을 불사하는 노련한 쇼호스트 리, 위기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PD 패티 펜, 서투르고 치기 어린 협박범 카일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31일 개봉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나탈리 포트먼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이스라엘 역사·상처 몽환적으로 풀어





나탈리 포트먼은 첫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하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선택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나탈리 포트먼은 평소에도 유대인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걸로도 유명하다. 10여 년 전,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의 동명 원작 소설을 처음 읽은 순간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포트먼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주된 동기로 꼽는다. 오랫동안 애정을 기울인 영화에 포트먼은 각본가, 연출가, 주연이라는 1인 3역으로 이름을 올리기에 이른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1948년 중동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린 끝에 꿈과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파니아(나탈리 포트먼)’와 그를 지켜보는 아들 ‘아모스’를 통해 현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상처를 풀어내는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이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는 고대 이스라엘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제작됐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의 실제 배경이 되는 언어가 영화 속에서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포트먼의 설명이다. 유대인인 포트먼이 유대인-아랍인의 분쟁에 대해 그린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편향성 논란을 걱정했는지 최대한 균형적 시각을 견지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9월 1일 개봉.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각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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