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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인왕산에 오를 단체장은 누구인가

한영일 사회부 차장

한영일 사회부 차장




대권을 향한 시도 단체장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잠룡들의 ‘용솟음’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지자체장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이미 출사표를 던졌고 나머지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20대 대선 레이스에서는 어느 때보다 지자체장들의 활약 여부가 재미난 볼거리임은 분명하다.

지방정부에서 경험을 쌓은 단체장들이 더 넓고 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역민들의 생활을 두루 살피는 목민관(牧民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이라면 나랏일을 맡겨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언제인가부터 광역단체장이라는 자리가 대권을 향한 디딤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을 꿈꾸는 단체장들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맞서는 행정’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대립각을 거세게 세웠고 이 시장 역시 ‘지방재정개혁안’을 놓고 행정자치부와 목숨을 건 단식투쟁까지 벌였다. 남 지사는 최근 급기야 ‘지방장관’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직책을 들고나와 다시 정부와 맞서는 형국이 됐다. 이제 20년을 겨우 넘긴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반쪽’이다. 재정이 그러하고 인사가 그러하고 조직이 그러하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이 속에서 지자체장들이 느낄 답답함과 한계도 사실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잠룡 단체장들이 지금껏 보여준 ‘대립의 행정’은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는 슬그머니 모른 척하고 성숙한 지방자치에서나 나올 법한 결과물만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 배반이다. 단체장이 중앙정부와 거세게 맞설수록 지방자치의 수호천사이자 정치적 리더로 모습이 부각되고 ‘집토끼’들은 열광하고 결집한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도움이 되더라도 다른 지역에 해를 끼치거나 막가파식의 갈등 유발 정책은 안 된다. 순수하지 못한 행위이자 ‘갈등 공화국’을 만드는 또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정치적 계산기를 뒷주머니에 찬 단체장이라면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앙정부라는 거대한 집단과의 대립 자체를 대중에게 내보임으로써 존재감을 뽐내고 그 과실을 탐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역시 지자체가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은 무시하고 그저 ‘정치적 행보’로 예단해버리기 일쑤다.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만들어낸 단체장들의 책임 역시 무겁다.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하는 것 또한 지방자치의 목적은 아니다. 공급자 시각으로 보면 중앙과 지방으로 나뉠지 모르지만 수요자는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더 확대돼야 한다. 그럴수록 대권을 꿈꾸는 단체장도 더 많아질 것이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자신과 정치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송곳 같은 눈빛, 얼음장 같은 심정으로 지방자치의 얼치기 수호천사를 솎아내야 한다. 화합과 포용의 정치력, 지방자치의 진정한 발전을 이끌 순수한 통찰력을 가진 자만이 인왕산에 오를 자격이 있다.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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