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투 환경에서도 인명 손실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 무기 개발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육군협회가 주최한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코리아)’에서는 무인 정찰차량과 무인 헬기가 눈길을 끌었다. 대한항공이 출품한 KUS-VH 무인 헬리콥터는 500MD 소형 헬리콥터의 무인화 버전. 감시 정찰과 구호 활동 같은 저위험도 활동은 물론 무장을 장착해 대형 공격 헬기를 보조할 수도 있다. 또는 무인 헬기끼리 2~4대 편대를 구성해 무장 정찰과 강습 같은 고위험 임무까지 수행이 가능하다.
미국 보잉사와 무인 헬기를 공동개발하고 있는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해 5도 지역에서 긴급 대응 전력으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장은 헬파이어 미사일(2기)과 2.75인치 로켓 발사관을 장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KUS-VH 무인 헬기 마케팅 포인트는 재활용이라는 점. 육군이 보유했던 2백여대의 500MD 계열 헬리콥터 가운데 현역으로 운용하고 있는 1백여대를 개조한다면 대규모의 신규 투자 없이 새로운 전력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군이 운용하는 500MD 헬기의 운용시간이 길지 않아 기체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500MD의 기체 운용시한은 약 2만시간이지만 7,000여시간밖에 운용하지 않은 기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내년 말까지 연구개발(R&D)을 마치고 매년 10~20개씩 나오는 육군의 도태 기체를 불하 받아 무인기로 개조해 내수와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오는 2022년께 선보일 경공격 헬기(LAH)와 출시 시기, 작전 대상 등이 겹치기 때문이다. 신형 전용 기체가 있는 마당에 기술적 안정성과 작전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무인 헬기를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산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 결국 수출에서 활로를 뚫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무인 헬기와 달리 무인 정찰차량은 상대적으로 순탄한 길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기술과 무선 운용, 통신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개발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 완료되면 군은 수색 정찰 또는 오염 지역 작전에 무인 차량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DX 코리아에서는 현대로템이 시제차량을 전시했지만 한화도 관련 연구를 진행해 국내 방산업체 간 물밑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무인 차량과 헬기 등 무인 기동장비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한국 방산업체들이 미래 무기의 주요한 흐름인 무인화에 한 발짝 더 접근한 셈이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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