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노예’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이른바 ‘타이어 노예’ 사건이 터져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전국적인 감시망을 구축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2일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변모(64)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변씨는 지난 2006년부터 11년간 충북 청주 청원구에서 타이어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 3급 A(42)씨에게 임금을 체불하고 폭행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6.6㎡ 규모의 컨테이너에서 지내며 변씨가 운영하는 타이어 가게와 식당에서 온갖 잡일을 해왔다.
특히 변씨는 A씨가 “거짓말을 한다”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거짓말 정신봉’이나 ‘인간 제조기’라고 적힌 곡괭이 자루로 상습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변씨의 부인 이모(64)씨는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 2,400만원까지 뒤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7월에는 이른바 ‘만득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줬다. 소 축사를 운영하던 오모(62)씨와 그의 남편 김모(68)씨는 지적장애 2급인 고모(49)씨를 1997년부터 19년 동안 노예처럼 부렸다. 당시 이들은 1억8,000만여원 상당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물론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지적장애인에게 강제로 일을 시켜 임금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9일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김모(47)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동참한 20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적장애를 지닌 20대 남성 2명에게 물류센터에서 일하도록 강요한 뒤 임금과 장애인연금을 포함, 180만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감시망 구축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적 분노를 산 2014년 ‘염전 노예’ 사건의 경우 20건의 관련 재판이 진행됐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6건에 불과했다.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감형이 이뤄져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친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부 공무원과 지역 토호세력, 농장주 등이 카르텔을 구축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국적으로 정기적인 감시에 나서야 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도 인신매매 형량 기준(2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을 적용해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총연맹 사무처장은 “장애인학대방지특별법을 제정해 장애인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가했을 경우 다중처벌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용·이두형기자yong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