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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진피해 대비하기 나름이다

정석화 美 유타대 건축구조 교수·구조기술사

정석화 유타대 건축구조 교수·구조기술사




지난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이 한반도 전역을 진동시켰고 국민 거의 모두가 심한 진동을 느꼈다.

강도 5.8까지 올라간 지진파에 비해 인명피해나 건축물의 파손 정도는 놀랄 만큼 낮았다고 본다. 20여년 전 이란에서 진도 6.0이 조금 넘는 지진에 수만 명이 희생됐고 중국·네팔 등지에서도 비슷한 불상사가 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왜 상대적으로 안전했을까. 운이 좋았을까.

우리는 삼풍백화점 사고, 성수대교 파괴 등의 혹독한 경험으로 구조물 안전의 중요성을 깨우쳤고 기존 건물의 안전 진단과 신규 건물의 안전 설계 시공을 꾸준히 실행해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된다.

건설 분야의 나쁜 관행처럼 돼온 부실시공이 많이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다. 기본 설계에서부터 원자재 제조, 부재 가공, 부재와 부재의 접합부에 대한 역학적 검토 등 많은 과정을 철저히 검토하는 건설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 공간정보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가 전체적으로 동쪽으로 1.4㎝, 남쪽으로 1㎝, 위로 1.6㎝가량 이동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대체로 남향이라 남북 방향에 비해 동서 방향이 길어 피해가 적었다는 분석이 있다.



구조물의 주된 자재를 콘크리트, 철골, 벽돌 및 목재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지진과 같은 주파수가 높은 진동에는 벽돌과 같은 조적식 구조가 매우 약하다. 또 콘크리트 구조도 강도와 탄성계수를 보면 매우 약하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주거 건물이 콘크리트 구조다. 철골은 자체 부재의 부식 외에도 용접과 볼트 등의 연결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 진단해야 한다.

이번 지진이 건축구조물에 끼친 피해를 결산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걸려야 한다. 콘크리트 구조의 경우 비전문가들의 육안 검사로 균열 여부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균열이 이미 생겨 있고 또 균열이 없더라도 강도가 약해진 곳이 없는지 전문기관에 의뢰해 철저히 조사 진단해야 한다. 또 앞으로 주기적으로 검사해 파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다. 정부기관에서 인정받은 안전진단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기록에 따른 20분의1초마다 변하는 지진 강도를 구조물 요소에 적용해 나오는 응력 계산을 하는 타임히스토리 해석법이나 한 단계 더 나아가 주파수별로 가장 위험한 스펙트럼을 찾는 주파수 스펙트럼 해석법 등을 적용한 동력학 해석을 철저히 시행해 가장 약한 곳을 발견해 보강해야 한다. 다가오는 2018년 동계올림픽에 사용할 대공간 돔 건물에는 더욱 철저한 검증 설계 시공이 절실히 요청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각종 자연 재앙을 통괄 관리하고 있지만 특히 미리 예방하는 데 연구개발(R&D)을 중요시한다. 각 대학 연구진과 실제 설계진을 통합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출간하고 있다. 내진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내진건축물은 태풍 등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테러 등의 폭발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한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내진설계와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진은 결코 불가항력적인 재난만은 아니다. 대비 여하에 따라 일본 후쿠시마의 밤도 되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침도 되는 것이다.

정석화 美 유타대 건축구조 교수·구조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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