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근대적 관점에서 볼 때 미술이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어떨까요?”
지난 21일 오전 마포평생학습관 아현분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미술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를 맡은 백지희(사진) 교수는 친숙한 작품을 예로 들며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현대미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한 이번 강좌에서 미술의 개념부터 설명하기 위해서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의도로 제작한 작품은 근대적 의미에서 미술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누군가의 주문에 의해 그려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보이는 사람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겼을 뿐 작가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를 미술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작가의 아이디어와 사상이 담겨있어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백 교수는 직접 제작도 하지 않은 앤디워홀이나 최정화 등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비싼 가격에 팔릴까에 대한 수강생들의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1826년 조세프 니앱스가 여덟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최초의 사진이 소개되면서 쉬운 이미지 복제가 현실화됐어요. 위기감을 느낀 화가들이 모작을 만들기도 했지만 사진의 복제기술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죠. 미술계는 대상의 재현보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이젠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무엇을 담으려고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어요. 공장을 따로 차려놓고 작품을 제작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숭고한 고정관념 탓에 때로 불편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현대미술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좀 더 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답니다.”
강의는 근대 이후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 그리고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는 사회적인 이데올로기적 변화에 따라 미술의 개념이 진화발전한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췄다.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나만의 안목 키우기가 이번 강좌의 목표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2강 미술관, 아트숍을 지나 출구가 있는 까닭은?, 3강 어렵지 않아요. 현대미술 감상법, 4강 그림에 숨겨진 상징과 스토리 따라가기, 5강 비로소 미술이다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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