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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금융노조 총파업...은행 '성과연봉제 개별협상' 탄력 받나

파업참여 15% 그쳐...대다수 혼란없이 정상영업

"성과연봉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정서 확산

주택금융공사처럼 노사간 성과연봉 합의 가능성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다. 당초 금융노조는 최대 10만명까지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날 참여 인원은 노조 추산 6만5,000명, 고용노동부 추산 1만9,000명 정도에 그쳤다. /송은석기자




23일 오전11시40분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재동지점. 창구 9곳 가운데 4곳에서 직원들이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객 업무가 많은 시간대였지만 대기 고객은 많지 않았다. 인근 신한은행 안국역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창구 5개 가운데 1곳이 비었지만 대기시간이 길지 않아 은행 이용객이 불편을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은행 파업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사전 고지했고 실제 1명이 이날 결근하는 데 그쳐 고객 불만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총궐기에 나섰지만 우려했던 시중은행 업무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파업 참여율이 당초 우려한 수준인 50%에 한참 못 미치면서 전국 대다수 은행 지점이 정상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가 주도한 이번 총파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은행 사용자와 시중은행 노조 간 개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9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금융노조는 당초 최대 10만명까지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참석률은 저조했다. 금융노조 측은 이날 총파업에 6만5,000명가량의 조합원이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1만8,000~1만9,000명가량 참석하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당국 기준으로 보면 전체 금융권 근로자 13만5,000명 가운데 약 15%가량이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3,500명, 3,700명가량 참여했지만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참석률이 저조했다. 시중은행들은 전체 직원의 50%가량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영업점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 ‘컨틴전시 플랜’까지 마련했지만 이날 이 같은 비상운영방안을 가동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이날 파업에 동참한 일부 노조원들의 경우 파업 의지보다는 경영평가 배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참여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것이 경영평가 시 조합활동 부문의 배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씨티은행 등은 경영평가 배점 1,000점 중 5점이 조합활동으로 반영된다. 대부분 조합활동 부문에 대해 0.5~1%의 배점을 주고 있는데 지점 수가 1,000여개에 달하는 국민·우리은행의 경우 0.1점 차이로 순위가 수십 단계 하락할 정도다. 실제 이날 기업은행 노조지부는 사원 바코드를 일일이 찍어 현장에 나왔는지 여부를 확인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집회, 분회장 교육, 대의원대회 등 노조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 참여 유도를 위해 노조가 평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지부가 평가에 반영한다고 사전에 고지하면 각 지점장들이 앞장서서 노조 행사에 참여하도록 조합원을 독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가 이날 총궐기에 나선 이유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단기 실적주의가 만연해 금융 공공성이 무너지고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금융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2·3의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은행사용자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은행의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2%에서 지난해 말 역대 최저수준인 1.6%까지 하락한 반면 총이익 대비 임금 비중은 같은 기간 6.3%에서 10.6%로 상승했다. 시중은행들이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임금 제도에 변화를 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번 총파업의 참여율이 기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개별 은행 간 노사협상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반대를 지속적으로 고집하면서 노사협상의 진전이 없자 지난달 사용자협의회에서 줄줄이 탈퇴했다.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대신 은행노조와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노조는 최근 개별 노조에 사측과 협상에 나서지 말라고 독려하는 상황이지만 지난 7월 주택금융공사처럼 노사 간 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시중은행들은 노사 협의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한 시중은행 임원은 “성과연봉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은 이미 직원들 사이에 공유된 정서”라며 “노조와 협의를 이른 시일 내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원·강동효·조권형·이두형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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