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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의 군사무기 이야기] 美 상공서 43년 만에 공중전 재연

YF-16과 YF-17 손자뻘 훈련기 TX 수주전

4개 후보 기종 중 2개는 F-5의 증손자 격

“닮았다!”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 수주 경쟁에 뛰어든 4개 후보 기종의 외형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노스롭 그루만사와 보잉-사브컨소시엄의 후보기가 공개되면서 이런 평가들이 부쩍 많아졌다. 외형이 비슷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 공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추다 보니 외형이 유사한 설계가 나올 수 있다. 항공기의 구조 역학적인 측면을 고려해도 기체 형상은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미국 공군이 44년째 운용하는 훈련기인 T-38. 한국 공군의 F-5 전투기와 원형이 같은 기종이다. 미 공군은 노후한 T-38를 교체할 후보기를 2017년말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물량이 1차분 350대, 2차분 150대에 달해 세계의 주요 전투기 제작사들이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외형 뿐 아니라 유전자도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4개 후보 기종 가운데 3개 기종이 그렇다. 먼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의 T-50A는 F-16 전투기의 파생형으로 볼 수 있다. KAI가 생산하지만 설계를 F-16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가 맡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용으로 개발한 T-50A. 기체 설계를 록히드마틴이 맡아 F-16 전투기와 외형이 비슷하다.


닮은 꼴은 더 있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최근 공개한 후보기는 F-18 호넷 전투기와 닮아 보인다. 특히 위에서 내려본 형상이 그렇다. 벌써 ‘베이비 호넷’이라는 별명까지 나올 정도다. 경전투기 설계에 일가견이 있는 스웨덴 사브사의 설계가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호넷을 기반으로 삼은 점은 신규 개발 리스크를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최대 특징은 4개 후보 기종 가운데 유일하게 꼬리 날개가 두 개라는 점이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최근 공개한 TX 후보기종. 미 해군이 운용하는 F-18 호넷 전투기와 닮았다. 수직꼬리 날개의 경사각도까지 비슷해 보인다./사진 = 보잉사 홈페이지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카이-록히드마틴의 T-50A와 보잉-사브의 후보기의 경쟁이 43년 만의 재대결이라는 점이다. 기종과 회사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예전의 경쟁은 1960년대 후반 미국 국방부가 요구한 경량 전투기 사업(LWF·Lightweight Fighter program)을 둘러싸고 펼쳐졌다. 미국 내 4개사가 맞붙어 최종적으로 남은 두 개 기종이 YF-16과 YF-17. YF-16는 제네럴 다이나믹스(현 록히드마틴)가 개발했고 YF-17의 개발사는 노스롭이었다.

1973년 YF-16과 YF-17이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 미 공군은 1974년말 차기전투기로 YF-16을 낙점하며 경쟁이 끝났으나 두 시험기의 손자 뻘 제트기들이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 자리를 놓고 43년만에 재격돌을 앞두고 있다.


승자는 YF-16. 미 공군뿐 아니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차기 전투기 사업까지 따내며 실험기를 뜻하는 ‘Y’자를 떼어 내고 F-16 전투기로 우뚝 섰다. F-16 전투기는 미 공군과 25개 국가에 4,573대(6월말 기준)가 팔려 1970년대 이후 개발된 전투기로는 가장 많이 생산, 판매된 전투기란 진기록까지 남겼다. 다만 제작사는 인수합병(M&A)를 통해 바뀌었다. 제네럴 다이나믹스사가 록히드 마틴사로.

경쟁에서 패배한 YF-17도 사라지지 않았다. 단발 엔진을 달았던 F-16 전투기를 못 미더워했던 미국 해군이 주목한 덕분이다. 해군이 운용하는 함재기를 제작한 경험이 없던 노스롭은 해군용 전투기 생산 경험이 풍부한 맥도널 더글러스사와 손잡고 YF-18을 개발해냈다. YF-17을 기반으로 개발된 YF-18 전투기의 성능에 만족한 미 해군은 제식 함재기로 채용했다. 비운의 YF-17이 진화한 F-18은 미 해군과 해병대·스페인·호주에 1,480대나 팔렸다.

CF-18이라는 제식명으로 138대 생산된 캐나다형과 500여대가 제작된 F/A-18 슈퍼 호넷까지 합치면 F-18 시리즈 판매량은 2,000대가 넘는다. F-18의 기체를 확대하고 항전 장비를 일신해 제공 전투기뿐만 아니라 대지 공격용으로 쓰이는 F/A-18은 한국과도 인연을 맺을 뻔 했다. 국내 독자개발로 방향이 정해지기 전까지 한국형 차기전투기(KF-X)의 원형기로 검토된 적이 있다. F-18의 제작사 역시 맥도널 더글러스에서 보잉으로 바뀌었다.

지난 1959년 첫선 보인 YF-5. 미 공군은 작고 가벼우며 속도가 마하 2를 넘지 못한다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은 채 훈련기(T-38)로 사용한 이 전투기는 한국을 비롯해 17개국에서 일선급 전투기로 운용했다. 특히 노스롭사는 이 전투기를 기반으로 YF-17을 개발했다.


맥도널 더글러스로 초 베스트셀러 전투기 F-18을 넘겼으나 노스롭도 60, 70년대에는 F-5 전투기로 쏠쏠하게 재미 봤다. 미 공군에 훈련기로만 1,200여대를 납품했다. 다만 미국은 일선 전투기로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기체가 소형인데다 속도 역시 음속의 2배 이하(마하 1.6)라는 단점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싸고 정비가 쉬우며 저고도에서의 운동성이 뛰어나 전 세계 35개국이 지난 1990년대까지 F-5를 일선급 전투기로 운용했다. 누적 생산량 약 3,800대. F-5 전투기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많다. 지난 1982년부터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68대를 생산,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다. 노스롭사가 F-5 전투기를 대폭 개량해 F-16 전투기급으로 만든 F-20 타이거 샤크 (F-5G) 전투기가 시험 비행 도중 추락한 곳도 한국이다.

노스롭사는 F-5 전투기의 설계도면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다. 미 공군의 경량급 전투기 자리를 F-16에게 넘겨줬으나 F-18의 원형인 된 YF-17의 베이스가 바로 F-5 전투기다. 이란이 30여대를 생산, 운용 중인 사에케(Saeqeh·페르시아어로 벼락) 전투기에서 F-5와 F-18의 연관성이 엿보인다. 사에케 전투기는 회교 혁명(1980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부품 공급이 끊기자 이란이 F-5를 분해, 역설계로 제작한 전투기. 보잉사가 최근 선보인 T-X 후보기의 외형은 사에케 전투기와 비슷해 보인다.



이란의 국산 전투기 사에케. F-5와 F-18을 섞은 외형이다. F-18의 먼 조상이 F-5라는 점에서도 매우 특이한 기종이다.


훈련기 T-38, 비운의 전투기 F-20·YF-17·을 거쳐 F-18까지 진화하고 사아케라는 변종까지 이어졌던 노스롭의 F-5는 최근 또 하나의 파생형을 낳았다.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에 도전장을 낸 노스롭 그루먼의 후보기 N-400의 외형은 F-5와 유사하다. 노스롭사는 이 후보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상 활주 시험 중에 카메라에 잡힌 실루엣에는 F-5의 흔적이 남아 있다.

활주로에서 지상 시험 중인 노스롭 그루먼의 N-400. 47년의 시차가 무색하게 F-5와 외형이 닮았다. 기체 소재와 내부 장비는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한다.


YF-5의 시제기가 선보인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려 47년 시차가 나는 N-400과 F-5의 외형이 비슷하다는 점은 두 가지를 말해준다. 먼저 전투기의 기체 형상 역학은 이미 1960년대에 이미 정점에 이르러 요즘 나오는 전투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외형은 많이 변하지 않았어도 내부는 크게 바뀌었다. 전투기의 개발 흐름을 보면 80년대에 항전 장비, 90년대에는 스텔스 성능, 2000년대 이후부터는 스마트 항전장비와 네트워크 성능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겉모습은 비슷하게 보이는 TX 후보 기종들의 안에 무엇을 실었는지 여부가 승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 사업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KAI-록히드마틴의 T-50A가 가장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T-50, F/A-50 경공격전투기 등을 한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으며 수출도 진행돼 안정적인 후속 군수지원까지 검증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잉-사브와 노스롭 그루만이 준비하는 후보기들이 실제 시험비행에서 결함이라도 보인다면 T-50A는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물론 시험비행과 데이터 축적, 신뢰성 확보가 예전처럼 실제 비행이 아니라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능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후보기들의 실제 비행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근에야 베일이 벗겨진 후보기들이 늦게 나온 만큼 신기술을 채용한 경우다. 경량 복합소재나 광섬유 제어 기술이 들어간 경우 상대적으로 개발된지 오래된 T-50A가 불리해질 수도 있다. 미 공군의 물량을 따낸다 하더라도 미 해군의 물량 500여대는 수주 못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직 꼬리 2개를 단 보잉-사브사의 후보기가 해군에서는 먹힐 수 있다는 얘기다.

레이시온 이탈리아 컨소시엄의 출품작인 T-100.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업체 중에서는 경쟁력이 다소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레이시온사와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치사가 준비한 T-100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T-100의 원형기가 Yak-130. 구 소련을 걸쳐 우크라이나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야크 설계국이 만든 기체가 원형이다. 러시아 공군은 Y-130을 차기 훈련기로 채택할지 여부를 10년 넘게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구권에서 통하지 않자 기체 원형은 그대로 두고 서방제 또는 이스라엘제 항전장비를 탑재한 기종이 이탈리아제 M-346이며 T-100은 M-346을 보다 현대화한 기종이다. T-100의 이전 모델 격인 M-346은 한국의 T-50을 제치고 이스라엘 공군의 훈련기로 낙점받은 적은 있지만 구 동구권 계열의 훈련기를 미국이 채용할지는 의문이다. 4개 후보기종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메이저 제작사의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기종이다. 자칫 미 공군의 훈련기가 러시아 공군과 비슷한 기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 선정은 빨라야 내년 이맘 때나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논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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