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누수저감 사업을 벌여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25일 수공과 지자체들에 따르면 수공은 지난해 충남서부권 8개에 대한 ‘긴급누수저감 사업’을 진행해 유수율을 16%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유수율이란 상수도가 중간에 새지 않고 가정에 도달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8월 충남서부권의 젖줄인 보령댐 유역의 강우량은 예년의 7% 이하에 그쳐 용수공급이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여름철인 7~9월에는 예년의 3분의1 수준도 안 되는 257㎜의 비가 내려 식수공급조차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백제보 하류 4.7㎞ 지점과 보령댐 상류 14㎞ 지점을 잇는 보령댐 도수로 설치를 긴급하게 결정했고 수공은 지난해 10월 총연장 21.9㎞의 도수로 건설에 착수해 올해 2월부터 용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뭄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누수 현상이었다. 충남서부권 지자체는 평균 유수율이 59%에 불과했다. 정수장에서 100톤의 물을 생산하면 41톤의 물이 새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 지자체는 유수율을 10%포인트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10월 수공을 통해 긴급누수저감 사업을 추진했다. 수공은 상수도시설에 누수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노후화된 관로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수공이 교체한 노후 상수도 시설의 길이만도 44.3㎞에 달한다.
사업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공은 전년대비 일 평균 2만1,253㎡ 규모의 누수를 막았고 유수율도 애초 목표 대비 6%포인트 초과한 1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번 공사로 저감된 누수량은 5만6,000여명이 거주하는 충남 서천군 인구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연간(776만㎡)으로 따지면 인근 4개 시·군이 7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누수 차단을 통해 절감된 물량은 보령댐에서 한 달가량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68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수공은 국내에서 축적한 유수율 제고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칠레의 민간수도사업자인 에스비오(Essbio) 사와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대상지인 탈카(Talca)시 일부 지역의 유수율을 기존 37.9%에서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게 계약 내용이다. 수공은 탈카 지역 성과를 바탕으로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등 누수 현상이 심각한 나라에서 후속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공 관계자는 “누수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누수의 원인인 노후 관로를 교체하는 것”이라며 “전문 노하우를 갖춘 기관으로 인정 받아 해외사업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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