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일본)와 GM(미국), 아디다스(독일)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공장설비를 다시 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를 떠난 기업들은 국내 복귀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해외진출의 촉매가 됐던 높은 인건비와 낮은 경제성장률, 각종 규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해외 생산설비를 국내로 옮기겠다고 지역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81개 기업 가운데 실제로 국내로 복귀해 ‘유턴기업’으로 인정된 업체는 39곳으로 파악됐다. 돌아오겠다는 기업의 52%가 국내로 복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 지원법)’에 따라 국내 복귀에 법인·소득세 감면과 입지·고용·설비투자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문제는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MOU를 체결하는 기업마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복귀를 위해 지자체와 MOU를 체결한 기업은 37곳이었는데 2014년 16곳, 지난해에는 9곳으로 줄었다. 올해는 5곳(9월 기준)에 불과하다. 돌아온 기업들이 받은 혜택도 미미했다. 유턴기업 지원실적은 보면 입지와 설비투자 분야에서는 35개사가 202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받았지만 관세 감면은 1억원뿐이었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 법인세나 소득세 감면실적은 아예 없었다. 고용보조금도 유턴기업 7개 업체가 9억7,000만원의 지원을 받은 데 그쳤다.
특히 2014~2016년 복귀한 대기업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생산시설 일부를 국내로 옮긴 LG전자 한 곳뿐이었다. 각종 지원책으로 GE와 GM·보잉의 본국 복귀를 지원했던 미국과 혼다·소니·파나소닉이 돌아온 일본, 아디다스의 국내 복귀를 이끌었던 독일과 비교된다. 대기업이 복귀하면 관련 협력업체들도 함께 돌아와 투자와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3년 356억달러였던 금액은 지난해 402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 20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 전체 해외투자 금액의 절반이 넘는 21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과 동남아에 비해 낮은 경제성장률, 높은 인건비와 노동시장 경직성, 각종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했다”면서 “기업들이 돌아오려면 이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는데 상황은 몇년간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디.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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