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현대차 노사가 위기의식을 느껴 입장 변화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협상을 오래 기다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8일 임금협상이 결렬됐고 30일까지 부분파업이 예정돼 있다.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다음달 4일께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발언은 다음주 초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긴급조정권을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이 협력사의 2~3배인데 협력업체의 손실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지속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과거에도 검토에 들어간 뒤 공표까지 오래 걸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취할 수 있다. 고용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은 뒤 노사에 통고한다. 현재 중노위원장이 공석이지만 이재흥 사무처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정에서 노사 모두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총 4차례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대부분 긴급조정 결정 뒤 중노위 조정 없이 곧장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에 현대차에 쓰이면 11년 만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발행한 쟁의대책위위원회 속보를 통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에 대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주 대의원 간담회와 전체 조합원 집회를 개최하고 다음달 4일 중앙쟁의대책위 회의를 열어 10월 투쟁 전술을 마련할 방침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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