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앤루니스 회원인 여성 김모(32) 씨는 서울 종로타워점을 이용할 때마다 느꼈던 불쾌한 점을 토로했다. 회사가 종로여서 이 종로타워점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서점은 입구가 1호선 종각역과 연결돼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노숙인들이 모여들었고 항상 몇 명이 자리를 깔고 자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왜 서점측이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점포는 결국 지난 9월13일 문을 닫았다. 29일 현재 입구 앞 계단에는 더 많은 노숙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의 폐쇄는 상징적이다. 한국인들이 점차 책을 읽지 않고 이에 따라 국가경쟁력과 활력이 가라앉고 있다. 서점과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도 사라진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 1995년 5,378개였던 전국 서점이 작년말 현재 1,720개로 줄어들었다”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 3명중 1명은 1년에 1권도 안 읽어=우리 국민의 독서 상황은 비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의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19세 이상의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에 불과했다. 독서율은 전체 국민 가운데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것. 즉 성인의 3분의 1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독서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1995년 79.0%였던 독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7년 76.7%로 떨어졌고 이후 2010년 65.4%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하고 정부와 출판계가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쳐 2013년 71.4%로 급반등했지만 ‘약발’이 떨어지면서 2015년 다시 바닥을 쳤다.
우리의 독서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15세 이상 인구)에 따르면 한국의 독서율은 74.4%에 불과해 OECD 평균인 76.5%에 한참 떨어졌다. 스웨덴이 85.7%, 영국이 81.1%, 프랑스가 74.7%였고 영상콘텐츠를 좋아하고 미국도 무려 81.1%나 됐다.
◇독서도 빈익빈부익부 심화=‘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독서생활에서는 2개의 특징이 있다. 첫째 독서에서의 양극화다. 2015년 기준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직전 조사연도인 2013년보다 0.1권 줄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평균독서량은 2015년 14.0권을 기록해 2013년 12.9권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즉 전반적인 독서인구(독서율)가 감소하고 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 공부는 학생 때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연간독서량은 초등학생이 70.3권, 중학생은 19.4권, 고등학생이 8.9권인 반면 성인은 9.1권이다. 성인도 나이가 적고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93.3%는 ‘책 읽기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긍정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일 대문에 바빠서’(34.6%), ‘습관이 들지 않아서’(23.2%),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12.9%) 등의 순으로 대답했다.
◇떨어지는 독서율, 국제경쟁력 훼손=하락하는 독서율은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훼손하고 있다. 지난 28일 공개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국가 가운데 26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지난 2007년 11위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해 2011년 24위까지 떨어졌고 다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흥미로운 것은 2012년 반짝 19위로 오른 것이다. ‘독서의 해’로 선포된 바로 그 연도다.
독서와 국가경쟁력 간에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최근 펴낸 ‘독서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WEF의 국가경쟁력지수와 각국의 독서율 간에는 0.77이라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독서율이 높은 국가가 대체로 높은 경제적 경쟁력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윤상호 연구위원은 “독서는 국민의 지식축적과 인적자본의 질 제고를 통해 혁신성과 창의성을 고양시키고 따라서 경제발전의 주요기반으로 작동할 높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범국가적인 독서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책과 멀어지는 성인들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의 주축인 기업이나 기관 등 직장에서의 ‘독서경영’ 확산 등 독서활동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