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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광군제의 성공비결


13억 중국인이 쇼핑에 미친 날 광군제(光棍節). 모두의 시선이 베이징 올림픽수영경기장인 수이리팡에 설치된 알리바바의 전광판에 쏠려 있는 사이 중국인들은 또 다른 광군제 행사를 즐겼다. 11일 베이징의 유명 짝퉁시장인 홍차오(紅橋)시장. 광군제를 앞세워 세일에 들어간 홍차오시장은 평소 주말보다 3~4배 이상의 쇼핑객들이 몰렸다. 홍차오시장의 주력제품인 진주와 옥제품은 물론 구찌·샤넬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명품브랜드의 짝퉁제품이 이날 최대 50%까지 싸게 팔렸다. 한국인들이 밀집해 사는 베이징 왕징의 과일가게도 광군제 마케팅에 들어갔다. 광군제는 인터넷쇼핑의 날이 아니라 중국인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다.

중국의 광군제는 알리바바의 성공에만 그치지 않았다. 하루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알리바바가 초대박을 친 것보다도 더 중요한 점은 경기둔화에 시름하는 중국 경제가 내수를 발판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해외 인터넷 거래가 새로운 중국의 수출 루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민일보는 광군제 논평에서 농촌 지역의 소비잠재력이 드러난 것과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의 인터넷 소비확대가 가장 큰 수확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내수경기 회복의 희망을 안겨준 광군제의 성공비결은 뭘까. 광군제는 우선 타깃을 명확히 했다. 알리바바나 징동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20~30대를 주 타깃으로 삼아 이들의 구매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 상품을 구성했다. 이런 타깃 마케팅은 광군제 곁불 효과를 노린 홍차오시장도 마찬가지다. 20~30대 여성이 좋아하는 특A급 짝퉁 제품들을 할인 판매하고 화장품에 샘플을 주는 식으로 선물을 안기며 구매를 부추겼다. 충칭시 펑제현 주펑촌의 농민들은 젊은 부부나 싱글족을 겨냥해 다양한 농산품을 소포장 판매해 대박을 쳤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벤트도 광군제의 성공요인이다. 알리바바는 2013년 글로벌화를 선언한 후 글로벌 제품 아웃소싱에 공을 들였다. 개인간거래(C2C) 기반으로 인해 짝퉁 시비에 휘말리자 프리미엄 플랫폼인 '티몰', 글로벌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 소셜커머스인 '쥐화솬' 등을 만들어 현존하는 모든 형태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갖췄다. 일찌감치 전자상거래의 플랫폼을 모바일 시장으로 겨냥했다는 점도 이번 광군제의 성공 요인이다. 스마트폰 등으로 진화하는 소비자들에게 똑똑하게 대응한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은 이러한 알리바바의 전략에 힘을 보탰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은 이번 광군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을 내년 광군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회성 이벤트나 온라인 쇼핑데이만이 아니라 광군제가 매년 열리는 중국의 쇼핑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세계의 공장이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광군제 결과를 두고 대다수의 한국 언론들은 지난달 실시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를 한다. 물론 한국판 블프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에서 광군제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소비는 유통업체를 쥐어짠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소비는 흐름이다. 그래서 유행이란 말도 나온다. 쉽게 말해 지갑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상품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를 글로벌 쇼핑 축제로 만들기 위해 2년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준비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전략으로 전자상거래 업종의 성장을 지원했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계산된 전략이 필요하다. 광군제 1등 상품이 왜 분유이고 한국 제품 중에서는 왜 BB크림이 가장 많이 팔렸는지 분석해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인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휘뚜루마뚜루 만든 행사에 지갑이 열리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과욕이다.
/김현수 베이징 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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