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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국립오페라단

‘한 나라의 공연문화 수준을 보려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오페라는 성악·연극·발레·미술·기악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문화적 요소를 집대성한 예술로서 오페라 한편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은 그 나라의 예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최고의 오페라단인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1962년 창단했다. 첫 공연은 장일남 작곡의 ‘왕자 호동’이었고 한국의 대표 성악가인 이인범·안형일·오현명·황영금·윤치호 등이 출연했다. 우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창단 첫 작품이 우리 창작 오페라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이미 수십, 수백 편의 유명 오페라 작품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첫 공식 공연을 우리 작곡가의 작품으로 올린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예술적 기질을 대변해 주는 좋은 예다. 50여년의 짧은 오페라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성악 강국을 이룬 것은 이 같은 바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국립극장 소속단체로 한 해 2~3회의 공연만 올리던 국립오페라단은 2000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며 정기공연만 연간 7~8개를 올리는 위상을 갖추었다. 국립오페라단은 정기공연 외에도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지역순회 오페라 공연과 청소년을 위한 학교 방문 공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차세대 오페라스타 발굴을 위한 성악콩쿠르까지 열어 한국 성악계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성악가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은 외국에서뿐만 아니라 언젠가 고국 무대에서도 노래하겠다는 바람을 간직하고 있는데, 국립오페라단의 무대는 이들이 고국의 오페라 팬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0년 전 필자가 국립오페라단의 상근 단원이 되었을 때 필자가 거주하던 스페인의 매니저를 비롯한 지휘자, 동료 성악가들은 대한민국 성악가가 대한민국 국립오페라단의 가수가 된 것에 대해 많은 축하를 해주었고 필자 또한 정말 기뻤으며 국립오페라단의 전속 솔리스트였다는 경력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국립오페라단의 김학민 예술감독은 ‘쉽고 친근하게 그러나 예술적 깊이 있는 오페라로 관객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성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러한 예술감독의 뜻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며 반드시 그 목표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을 다 해 기원한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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