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붐을 타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수많은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지만 출품작에 대한 특허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이디어나 논문 등을 특허 등록하지 않고 공모전에서 공개하게 되면 특허 등록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공모전을 실시하는 주체들이 이에 대한 공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창업 생태계 조성의 시작 단계인 아이디어 공모전이 특허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진행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34개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의 공모 요강을 분석한 결과 2개 공모전에서만 출품 전에 지적 재산권을 등록해야 한다는 공지가 돼 있었다. 나머지 32개 공모전은 참가자가 출품 전 특허권 보호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창업 정책을 이끌어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창업진흥원 등이 주최하거나 주관한 공모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공모전 전반에서 출품자들의 아이디어로 발생하는 법적 문제의 책임은 수상자에게 돌리면서 정작 힘들게 아이디어를 낸 출품자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고지나 조치는 전혀 없는 것이다. 유일하게 산업통상자원부 공공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은 모집 요강을 통해 신청·접수 이후 공개된 아이디어는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신청자가 공개 이전에 직접 지식재산권을 획득해야 한다는 유의사항을 기재했고 중소기업청·현대홈쇼핑이 진행하는 아이디어 오디션에서는 ‘자주 묻는 질문(FAQ)’ 코너를 통해 간단하게 해당 내용이 언급돼 있다.
특허법 29조와 30조에 따르면 특허 출원 전에 국내나 국외에서 공지됐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 간행물을 통해 게재되면 특허 등록이 거절된다. 공개된 후 1년 이내에 그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게 되면 특허를 인정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공모전 참가자들이 대학생들이거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자들이 많아 이에 대한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이를 문의하기 위해서는 특허 상담 비용이 소모된다.
정부가 주최하는 전국 단위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는 김민수(가명)씨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나서 사업을 해볼 계획으로 특허 출원을 했지만 기간이 지났다며 특허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공모전의 취지가 더 많은 사람을 창업 생태계에 뛰어들게 하는 것인데 지재권 보호가 허술하면 당초의 정책 의도를 살리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청 IPStar 변리사는 “주최자가 정부, 공공기관, 기업인 아이디어 공모전일지라도 특허 등록을 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자신이 낸 아이디어라도 ‘자기 공개에 의한 특허 거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창업 초기 기업이나 개인들이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개된 지 1년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특허 등록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모전뿐만 아니라 논문 공개나 언론사 인터뷰도 특허 등록 전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사립대 공과대학 교수도 자신의 논문에 실린 프로그램 진단과 관련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서 특허 등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논문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나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특허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공개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먼저 특허 등록을 한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송 비용도 부담이 된다.
글로벌 특허 53개를 받은 스타트업 올윈의 이정갑 대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초기 사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적 재산권으로 출원을 하지 않고 공모전·박람회 등에서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특허 문제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공모전을 진행하는 주체 역시 간단하게라도 특허 보호와 관련된 내용을 공지해 줘야 출품자들의 아이디어가 보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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