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변호사 역할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판사 역할은 대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AI가 사회적 공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오렌 에치오니 앨런인공지능연구소장)
“기계가 발전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때가 올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생사를 최종 결정하는 문제는 인간이 할 수 있습니다.”(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AI가 이제 낯선 기술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부터 의료 진단, 자동차 운전, 법적 소송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거나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조만간 사람을 대신해 AI 로봇이 들어서면서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며 ‘AI 공포’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I 분야 전문가인 두 사람은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AI가 사법적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18일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대법원에서 열리는 ‘2016 국제 법률 심포지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두 전문가는 AI에 따른 업무 효율성을 고려할 때 변호사 역할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치오니 소장은 “법률 자문이 필요하지만 변호사를 구할 충분한 재력이 없어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많은 사람이 AI 변호사를 반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AI 적용에 따른 신중함을 사회가 고려해야 한다는 데 두 전문가는 뜻을 같이했다. AI가 학습하게 될 데이터 자체에 편견·선입견이 들어가 있거나 알고리즘 자체에 오류가 있을 경우 AI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판사의 역할에 AI를 적용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얌폴스키 교수는 “AI는 인간 복제와 같다”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동산 분쟁, 재산 분쟁 등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소송의 경우 AI 판사에 맡기는 방식, 복수의 AI 판사에 소송 내용을 넣어 결과가 일치할 경우 정식 결과로 인정하고 불일치할 경우 인간 판사가 결정하는 방안 등 제한적 적용이 가능하다고 두 전문가는 전했다.
아울러 사법 영역을 넘어 AI의 한계에 대해 사회가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얌폴스키 교수는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나쁜 목적을 갖고 AI를 오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한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부작용에 대처할 방안에 대해 구체적 연구가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의했다.
에치오니 소장은 “이제 앞으로 인간은 컴퓨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간과 컴퓨터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인간 등 두 부류로 나뉘게 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글 읽는 법, 셈하는 법을 가르치듯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교육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치오니 소장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기술과 미래 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AI·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얌폴스키 교수는 사이버시큐리티랩 소장으로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전문가 중 하나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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