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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산업의 미래 금융에서만 찾지 말라

스페인 2위 은행 BBVA는 다른 금융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선보인 구인·구직 플랫폼 ‘내가 일자리다(Yo Soy Employ)’가 그것이다. 이 플랫폼은 구직자에게 취업교육과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구직자 커뮤니티 활동과 개인고객 신용정보를 활용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1년 만에 회원 40만명이 모였고 2년도 안 돼 1만개의 고용이 이뤄졌다.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첫 거래 통장을 이 금융사에서 만든 것은 당연하다. BBVA는 금융의 ‘ㄱ’자도 꺼내지 않았건만 평생 고객이 될 수 있는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 시니어파트너는 20일 제11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주제강연에서 “저금리·저성장 환경에 처한 금융시장에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에 대응하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제시한 길은 “금융을 금융으로 풀지 말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크라우드펀딩과 가상화폐 같은 신기술,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등 온 세상이 바뀌는데 예전 방식만 고집한다면 생존하기 힘들다. BBVA처럼 개방형 파트너십을 이루고 통합 솔루션을 구축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한 후 그들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계속된다면 수익성 부재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절반은 없어질 수도 있다. 살아남으려면 변화에 몸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금융의 틀 안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들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벤처정신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금융기관이 되려면 스스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롭 골드스타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경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지적처럼 이런 과정에 잠재해 있는 여러 형태의 리스크 요인들을 경계하고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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