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양극화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참여형 블록체인 거버넌스(지배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은 25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블록체인과 거버넌스 혁신’ 주제로 열린 제 30차 KCERN 공개포럼에서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는데 한국은 과거 성공 패러다임에 안주하면서 저성장·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 발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내고 수용하는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 거래장부’라 불리는 블록체인은 사회 전체의 누적 기록을 공개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거래장부가 중앙 한 곳에 집중된 게 아니라 개인별로 분산돼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 시민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통해 대안을 도출하는 것도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가능하다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제도 개혁과 저성장 ·양극화 문제는 현재의 국회와 같은 대의민주제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실시간으로 적은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디지털 거버넌스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지나친 직접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을 양산할 위험이 있어 정책 싱크탱크들이 참여하는 숙의민주제도 병행 도입해야 한다”며 “숙의민주제를 기반으로 시민참여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정부4.0이 출현하면 대한민국의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킬 혁신이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디지털 숙의직접민주주의 거버넌스 도입으로 약 100조원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도입에 대해 이날 포럼에 참가한 패널들은 대체로 공감을 보였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술을 활용한 집단지성 또는 집단의 창의성을 거버넌스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 대안으로 신뢰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것은 그 자체로 혁신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관료주의가 곳곳에서 혁신을 죽이고 있는 상황인데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4차 산업혁명의 낙오자가 될 위험이 크다”며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정부를 재창조하는 특단의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거버넌스 혁신을 도모할 의지가 정부에 있느냐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거버넌스를 바꾸지 않고서는 현재의 경제, 사회적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며 “시민참여 블록체인 거버넌스와 디지털 숙의민주제 도입에 적극 공감하나 이를 실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없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연구회는 매달 국가 혁신을 위한 공개 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포럼을 통해 창업자연대보증, 공인인증서, 기업가정신 의무교육 등 수많은 정책 혁신을 이끌어 냈으며 지난 9월에는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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