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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해양망과 주파수 함께 사용...철도망 안전성 논란 커진다

통합공공망 사업따라 700MHz 대역에 한꺼번에 몰아넣어

자칫 주파수 간섭으로 혼선 땐 대형 철도사고 발생 우려

기지국 공유 등 근본해법 안돼...철도전용 주파수 확보 절실





지난 4월 전남 여수시 율촌역 인근을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기관사 1명이 숨지고 승객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을 당시의 현장. 전문가들은 철도 무선통신망에서 주파수 간섭이 발생했을 때 자칫 사고 현장이 도심에 있는 철도역이라면 이와 같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합뉴스DB


열차 안에서 4세대 무선통신기술(LTE)을 접목해 열차 관리와 통신 등을 할 수 있는 철도 무선통신망(LTE-R·철도망)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공공망과 전파 주파수를 함께 사용하고 민간 방송 주파수까지 인접해 있어 자칫 통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25일 학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온 통합 공공망 사업이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과 철도망·해양망 등 각종 공공 통신망들을 700㎒ 대역에 한꺼번에 몰아넣은 탓에 인접 주파수를 쓰는 공공망 간 통신전파의 혼선 및 간섭 위험이 불거지고 있다. 공공망이 서로 혼선이나 간섭을 일으켜 통신내용이 제대로 적기에 전달되지 못하면 지진·해일 등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철도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철도망), 국민안전처(재난망), 해양수산부(해양망) 등 소관 부처들 간 협업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미리 방지하기로 했으나 근본적인 해법 마련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이라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부처들이 제각각 망을 구축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해당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부처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통합망 설치를 논의해도 모자를 상황인데 실제 사업은 각자 따로 놀고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재난망 시범사업을 독자 개시했고 철도망도 올해 9월부터 별도로 착수됐다. 해양수산부도 해양망 관련 사업공고를 이달 독자적으로 냈다.





특히 철도망의 문제가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철도망은 오는 2026년까지 총 2조1,600억원이 투입돼 완공될 예정인데 그중에서도 강원도 원주~강릉 구간을 잇는 철도망은 내년 말까지 완공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어서 앞으로 약 1년 내 전파 간섭, 혼선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것이다. 한 통신기술 전문가는 “철도망에서는 통신신호가 몇 초만 끊겨도 열차에 급제동이 걸리게 돼 있는데 고속열차가 사람이 많은 도심 내 철도역에서 급정거하다 사고를 낸다면 대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원주~강릉 구간은 광통신망이 아닌 단독 망을 사용해 신호가 끊길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간섭을 줄이기 위해 최근 ‘기지국 공유(RAN sharing)’ 등 대체 기술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지국 사이에 간격을 둬 하는 제어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간섭에 따른 문제는 철도 운영상, 특히 열차 제어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700㎒ 대역은 공공망뿐 아니라 초고해상도(UHD) 방송용의 주파수로도 이용되고 있어 철도망의 통신 오류 위험을 한층 높이고 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재난망 대역 바로 인접한 곳에 UHD 방송 주파수를 할당했는데 자칫 지상파 초고화질 방송과의 간섭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이달 14일 국회 교통위원회가 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연 국정감사에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파수 간섭은) 평소에는 문제없다가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탈이 날 수 있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관련 문제 제기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공공망 간 연계 시험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시험·검증이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철도망이 구축된 곳은 별도로 재난망을 구축하지 않고 철도망 기지국을 공유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철도망은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의 특성상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한 통신망 전문가는 “기지국 배치를 최적화해 주파수 간섭 발생을 최소화는 등 다양한 기술 조치를 취하겠지만 그 외에 철도 전용 주파수 확보 등 다른 대안 마련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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