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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역사 함부로 고칠 땐 다쳐…그림자 마주볼 줄 알아야"

'안데르센 문학상' 수상 연설회서 日에 쓴소리

침입자 막고 담장 높인다해도

국가·사회엔 어두운 면 있어

그림자에 점령 당하지 않으려면

인정하고 함께 사는 인내 필요

안데르센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제공=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문학상 심사위원회




“사회나 국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리해 때로는 그림자를 마주 보고 맞서야 합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안데르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30일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작품 ‘그림자’에 착안한 ‘그림자의 의미’라는 제목의 영어 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일본 내 우파 세력의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나 역사 왜곡 시도 등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는 가운데 배외주의나 역사수정주의가 결국에는 자신을 다치게 할 것이라는 쓴소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하루키는 연설에서 “우리가 침입자를 막으려고 아무리 담을 높게 쌓아도, 아무리 엄격하게 외부인을 배제해도, 우리에게 맞게 아무리 역사를 다시 써도, 결국에는 우리 자신을 다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자에 직면해야 하는 것은 개인뿐이 아니다. 같은 행동이 사회와 국가에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그림자를 가진 것처럼 모든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로 그림자가 있다. 밝고 빛나는 부분이 있으면 이와 균형을 맞추는 어두운 면이 있다”며 “여러분은 그림자와 함께 사는 인내심을 배워야 한다. 가끔은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키는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아주 강력해진 그림자가 돌아와 어느 날 밤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주인공이 그림자에 점령당해 살해당하고 마는 이야기”라고 ‘그림자’의 내용을 소개하고는 “매우 흥미로웠다. 동화 작가가 어둡고 희망이 없는 공상의 이야기를 썼다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예상하지 못한 자신과 직면하게 된다”며 “자신의 그림자를 솔직히 그리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느낌을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 소설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하루키가 이날 연설에서 ‘외부인’이나 ‘담’ 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된 내용을 최근 국제 정세나 일본 내 사회 문제 등에 비춰보면 하루키의 연설은 난민이나 이민자에게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 일본 우파 세력의 역사 왜곡 시도 등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데르센문학상은 덴마크 동화 작가인 안데르센을 기려 지난 2007년 창설됐으며 소설 ‘해리포터’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 등이 앞서 수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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