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BEA>는 ‘행복한 죽음’, ‘안락사’라는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소재를 주인공 비의 내적 자아라는 연극적인 장치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활기차게 표현해낸 작품이다. 한달 전부터 대본 리딩에 들어간 배우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대본을 연구하고 내밀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극 중 비(전미도)는 8년 째 지속적인 모르핀을 투여해야 할 정도로 고통을 겪으며 침대에 갇혀 있는 여성이다. 그런 비에게 새로운 간병인 레이(이창훈)가 찾아온다. 비는 레이가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임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를 통해서 8년 동안 생각해 온 일을 실행하려고 한다. 비는 레이를 통해 엄마에게 이제 자유를 찾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게 하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이 역의 이창훈은 “덫에 걸렸다. 감금. 겪어봐야 아는 거다, 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레이는 자기보다 더한 감금을 겪고 있는 비를 이해하는 거죠. 대놓고 말하지 않는데, 참 슬퍼요”라고 밝혔다.
비가 되어 살고 있는 배우 전미도는 연습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슬픔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안락사를 찬성한다 반대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해서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이라는 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지극히 감정적인 것이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볼 때, 각자에게 공감이 되는 그 순간부터 눈물이 되고 이해가 되기 시작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비라는 인물에 점점 공감할수록, 모든 일에 다 초연해지는 느낌이에요. 비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다 말라버렸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전미도)
비의 엄마인 캐더린(백지원)은 8년 전부터 딸이 아팠기 때문에 그때부터 시계가 멈추어 있다. 배우 백지원은 “딸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내적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마의 사랑, 취향으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어요. 딸의 옷을 입고, 같은 자세로 밥을 먹는 과정을 통해 점차 딸을 이해하고 그녀를 보내주는 것을 결심하게 돼요. 만약 나도 캐더린의 상황이었다면 고민하고 갈등할 것 같지만… 답은 선뜻 못하겠어요. “라고 밝혔다.
하지만 작품은 상당부분 비의 밝고 쾌활한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은 거의 뒷부분에 가서야 비의 실제 상태를 마주하게 된다.
김광보 연출은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더 밝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안고 가볍게 극이 흐르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면 관객들이 충격을 강하게 받을 거예요. 제 첫 느낌이 그랬어요. 이거 충격적인데…”라고 극적 반전을 예고하며, 관객들은 슬프지만 미소 지으면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더했다. 연극 <비 Bea>는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오는 11월 11일(금)부터 30일(수)까지 20일 동안 무대에 오른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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