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장과 오래된 주택이 모여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혹시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들어갈수록 계속 좁아지는 길을 지나며 도무지 관공서 건물이 들어설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던 즈음 트인 공간과 함께 높게 뻗은 건물과 마주한다. 주변의 낮은 주택들 가운데 솟아 있는 독특한 외관의 ‘성수문화복지회관’은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공서라고 여겨지지 않는 독특한 외관
건물 상하부가 다른 자유로운 형태
딱딱하고 무미 건조한 이미지 훌훌
지난 2012년 개관한 성수문화복지회관은 성동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관공서 건물답지 않게 독특하고 자유로운 모습이다. 공연장을 기준으로 아래쪽 외관은 비스듬한 슬래브들이 돌출된 상태로 어우러져 얼핏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건물 상부의 외관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건물을 설계한 장운규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건물 하부의 슬래브들은 직선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의도된 경사로 한강의 물결을 표현해냈다”며 “공연장이 주용도인 건물 아래쪽과 달리 위쪽에는 도서관이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상반된 모습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관공서 건물이라면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성수문화복지회관이 다른 관공서와 다른 형태로 지어진 것은 현상설계 공모로 건물을 구상한 덕분이다. 공장 지대 한가운데 위치한 만큼 색다른 모습을 갖춰 어두웠던 지역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것이다.
장 소장은 “처음 이 건물을 설계했을 때만 해도 기존의 관공서와 워낙 다른 모습이라 과연 당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라며 “성동구에서 도시 경관과 지역 거주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할 건물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하는 내부 공간
재활센터·사회복지관·도서관·공연장 등
건물 각 층마다 세대별 프로그램 진행
외관의 독특함 외에 건물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들의 성별과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건물 각 층에 마련된 프로그램이 달라 전 세대가 어우러져 사용하고 있다. 먼저 1층 재활센터와 5~6층 사회복지관은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7층 도서관은 미취학아동과 청소년들이 주이용객이다. 2~4층 공연장은 20~40대의 이용빈도가 높다.
많은 이들이 쓰는 곳이다 보니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들었고 공간 구성도 다양하게 설계했다. 특히 도로에서 건물 2층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나무계단은 항시 지역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적 특성이 반영됐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2층 공연장 입구를 1층을 거치지 않고 길을 걷다 자연스럽게 도착할 수 있기에 마치 1층이 두 개인 것 같은 착각도 불러온다. 성수문화복지회관 관계자는 “출입구가 많아 건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용하시는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며 “각 층마다 특성에 맞는 공간 구성이 잘 돼 있어 한 달에 건물 방문객이 약 3만명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도시 환경 바꾸는 건축물
대표적 건축물 통해 문화공간 등 마련
특색있고 자연스러운 도시재생 성공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시 재생은 신도시나 신시가지 개발같이 특정 지역 전체를 밀어버리고 새로운 인프라와 주거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획일적인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지역 특색을 잃어버린다는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생겨나고 있는 방법이다.
이런 단점에서 벗어나 대표적인 건축물을 통해 도시 환경을 변화시키는 시도는 주로 해외에서 많이 해왔다. 오스트리아의 ‘쿤스트하우스’나 런던의 ‘테이트모던’이 대표적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문화공간을 마련해 무조건적인 제거를 부정하고 특색 있고 자연스러운 도시 재생을 이뤄냈다.
성수문화복지회관이 들어선 후 성수동 1가 지역에 부는 변화의 바람 역시 긍정적인 도시 재생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공장지대 주민들의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가 이제 이 건물을 중심으로 활기 있고 즐거운 방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장 소장은 “개관한 지 약 4년 정도 됐는데 일단 도시 재생의 씨앗은 뿌려진 것 같다”며 “앞으로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구 관계자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 발전 가능성 높은 건물
“외부 계단 등 구석구석 효율적 공간 많아 … 발전 가능성 풍부한 건물”
성수문화복지회관은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은 건물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더 효율적인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곳이 산재해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은 2층 나무 데크에서 시작되는 외부계단이다. 건물 하부 외관의 돌출된 슬래브 공간을 활용해 만든 이 공간은 장운규 소장이 설계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도시가 곧바로 건물로 연결되고 다시 내부 옥상까지 쭉 이어지면서 입체적인 길을 만들고자 했다”며 “열린 공간인 만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건축사가 공들여 만든 공간이지만 현재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이용하는 건물인 만큼 외부계단을 오르내리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성 때문이다. 성수문화복지회관 관계자는 “개관했을 때만 해도 개방된 곳이었지만 자꾸 아이들이 슬래브 위로 올라가거나 계단에 매달리는 등 위험한 광경이 목격돼 출입을 막았다”며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나무계단 역시 밤에 생길 수 있는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 철문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입구에 위치한 넓은 카페도 마찬가지다. 적은 인원으로 상주하며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공연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전화번호를 붙여놓고 고객이 방문할 때만 운영하는 상황이다.
물론 설계시 의도했던 바가 건물 완성 이후 사용되는 과정에서 다 반영되지 않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성수문화복지회관이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만큼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고민이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장 소장은 “워낙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만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부족한 부분을 민간과 함께 운영해나가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수행될 수 있게 설계한 만큼 구가 지역주민들·민영사업자 등과 함께 고민한다면 더 멋진 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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