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의 말라바르 언덕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침묵의 탑(Tower of Silence)’이 있다.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신자인 파르시(Parsi)족들이 조장(鳥葬)을 치르는 장례식장으로 주변에는 파르시족의 폐쇄적인 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다.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은 뭄바이에 많이 살고 있는데 이교도와의 결혼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바람에 종족 보존마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인도 최대그룹인 타타는 원래 파르시 대표 가문으로 뭄바이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타타가 몇 해 전 148년 가족 승계의 원칙을 깨고 전문경영인 사이러스 미스트리를 회장으로 선출한 것도 이런 종교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그룹을 이끌어왔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독신이어서 후계가 없는 바람에 미스트리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것이다. 하지만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지난달 미스트리를 전격 축출하면서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심각한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스트리는 “그간 끊임없이 간섭을 받는 꼭두각시 회장이었다”며 소송전까지 불사할 태세다. 오너를 내리깎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계열사 경영진들로서는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선택의 순간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타타그룹의 내분은 일단 경영노선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재규어 랜드로버까지 인수할 만큼 공격적인 해외 확장전략을 채택했다면 후임자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구조조정에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미스트리가 사외이사를 측근으로 임명하며 독자적 세력 확충에 나섰던 게 타타가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경제 침체와 글로벌화에 따른 경영부담이 ‘카리스마 창업주’의 컴백을 불러온 것이다.
인도 국민기업인 타타의 경영권 갈등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권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기업이든 나라든 권력 승계를 둘러싼 갈등과 투쟁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싶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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