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들의 마음은 하나 같이 ‘그 것(!)’을 바라며 조용히 촛불을 들고 매주 광화문에 모이는데, 대체 그들은 왜 민심을 몰라줄까.
이번 주 ‘맛집쓰리고’는 아직도 민심 모르고 화합 못 하는 ‘그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광화문에서 촛불 들 국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메뉴를 소개한다. 이름 하여 촛불 집회 때 호호 불어먹기 좋은 간식거리, ‘포장마차 음식’이다.
One go! ‘지식을’ 씹고!
‘Siri야, 촛불집회에 대해 알려줘’
대한민국만의 독보적인 新 풍속도로 떠오르는 ‘촛불 집회’ 문화. 매 회마다 더 많은 촛불들이 꽉 차는 광화문현장을 보면 환하게 빛나는 촛불 아래로 검게 타버린 국민들의 심정도 함께 느껴진다. 어떠한 소음도 위험도 없지만, 깜깜한 어둠을 밀어내고 밝은 빛으로 채우는, ‘촛불’. 이 촛불은 과연 언제 어디서부터 민심을 대변하는 상징이 됐을까?
촛불집회는 1960년대 말 미국의 반전운동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한국에선 1992년에 인터넷 서비스망 하이텔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촛불이 처음 사용됐다. 그리고 10년 뒤 2002년 6월 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의 지방도로를 걸어 가던 두 중학생 신효순·심미선이 주한미군의 장갑차량에 깔려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일명 ‘효순·미선이 장갑차 사건’이다. 당시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 서울의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게 된다. 이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 2008년 한미FTA 체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2011년 대학생 반값등록금 촛불 집회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집회 문화로 정착했다. 여기서 잠깐, 왜 한국에서만 유독 촛불 집회가 많은 걸까? 이는 야간시위를 금지하는 법 때문이다. 현행법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해가 진 이후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행사 등은 예외로 인정되고 있어, 촛불을 들고 공연 등을 보는 등 문화제의 성격을 띤 촛불 집회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촛불집회의 경우 특별한 주도세력이 없이 자발적 개인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중고생, 대학생, 직장인, 유모차를 끄는 주부, 심지어 가족들 모두가 함께 동참해 ‘비폭력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어서와~ 촛불집회는 처음이지?’ 촛불 집회 초보자를 위한 준비물!] ▶양초, 종이컵, 라이터: 촛불집회니 만큼 촛불은 필수! ‘거기서 사자’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람이 많아 금방 품절사태가 일어나므로 챙기는 것이 좋다. 장시간 있을 예정이라면 2개 정도 챙기는 것도 팁! (요즘에 핫템이라는 ‘LED 촛불’ 완전 강추! 어떠한 눈·비·바람에 꺼지지 않는다) ▶장갑: 촛불을 손에 오래 쥐고 있어야 하니 체온 유지 및 안전을 위해 필요. ▶신발: 잘걷고 뛰기 위해 편한 운동화, 이왕이면 버리기 직전의 스니커즈를 강추!(행진시 인파로 인해 한없이 밟힐 가능성이 크다.) ▶깔개: 장시간 차가운 길바닥에 앉을 경우를 위해 필요! ▶우비: 눈·비에 몸이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천(참고로 혹시나 경찰이 물대포를 쏠 수도 있으니 우비를 딱 쓰면 금상첨화!) ▶핫팩: 장시간 오래 앉아있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집회 고급자들만 안다는 팁 하나 추가요~) ▶스마트폰 방수팩: 눈·비가 와도 인증샷을 위한 필수아이템! 또한 이거 하나면 물대포를 맞아도 끄덕없다. |
Two go! 화끈하게 빨고!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feat.포장마차)’
과거부터 집회, 시위의 성지로 불렸던 종로 광화문 일대.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근방에 각종 볼거리 놀거리도 많지만 특히 ‘먹을 거리’도 많다. 그 중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요깃거리로 사랑받았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명동의 경우,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테이크·짜장면 등 한 끼 음식 메뉴로 진화하고 있어 ‘움직이는 레스토랑’이라는 별칭까지 나왔다. 하지만 포장마차하면 역시 또 김밥, 떡볶이, 어묵이 아니겠는가. 최근 서울시내엔 ‘도시 환경 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포장마차들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이번 맛집 기자들이 방문한 ‘종로3가 포장마차촌’이다.(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콘텐츠 ▶ 맛보면서 즐기는 ‘길거리 음식 대동여지도’)
참고로 이 포장마차의 떡볶이는 ‘밀과 쌀’이 함께 섞인 떡을 사용해 적당히 쫄깃하고 감칠 맛이 있다. 필자는 밀떡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밀가루 특성상 오래 끓으면 뚝뚝 끊어지는 밀떡의 한계를 쌀이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밀반쌀반(밀가루반 쌀반) 떡’도 괜찮았다. 이 포장마차의 순대볶음의 경우, 순대와 양배추가 주재료인데 포장마차마다 깻잎, 파 등 다른 주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곳으로 선택하면 되겠다. 특히 이 포장마차는 떡볶이와 순대볶음 양념에 ‘고춧가루’, ‘물엿’의 적당한 배합으로 맛을 내고 있어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을 낸다.
“한 메뉴만 먹으면 다른 것도 한 점 먹고 싶잖아요. 그래서 다 감질맛나게 조금씩 섞어팔게 됐죠.” 이 포장마차 주인은 이전에 분식 포장마차를 운영해본 노하우를 살려 남들과 다른 메뉴를 고민하다가 깻잎을 섞은 닭강정을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뭐든 튀기면 본래의 맛이 사라지는 튀김요리의 특성때문에 깻잎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만간 깻잎 맛을 살릴 수 있게 메뉴를 재개발할 생각이란다
이 포장마차는 대부분 포장 손님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가 이 날 처음으로 포차에서 바로 먹은 손님이라고. 손수 우려낸 자스민차까지 맛봤다. 튀김 음식을 많이 먹으면 기름기때문에 다소 느끼하고 입안이 텁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스민 차로 한번씩 입안을 깔끔하게 헹구고 난 뒤 닭강정 한 점씩 먹으면 위가 깔끔하게 리셋되는 느낌이랄까. 전반적으로 닭강정 맛은 정말 보기와 다르게 부드럽다. 특히 꽃게 튀김이 정말 예술이다. 겉보기엔 딱딱해 먹기 불편한 것 같지만 어린 꽃게(중국산)를 사용해 마치 꽃게* 과자를 먹는 것처럼 바삭고소하다!
맛집 기자라는 본분을 다하기 위해 결국 인삼 튀김에 도전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데? 인삼 특유의 쓴맛도 없다! 역시 튀김의 힘이란...
참고로 이 종로 3가 포장마차 거리는 대부분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원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이지만, 최근 촛불 집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늦게까지 손님이 방문해 연장 영업을 한다고. 주로 종로·광화문 일대에서 행진이 있다보니 촛불 집회 특수를 톡톡히 본다고 전했다. 특히 오후 10시부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금세 재료가 다 떨어질 정도라고.
Three go! ‘어른 인생의 첫걸음(?)’ 맛보고!
흔히 집회, 시위라고 하면 ‘대학생 청년’들을 떠올린다. 초중고 정규 교과 과정의 울타리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회에 발을 떼고 ‘정의 그리고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 어느 곳에도 때묻지 않아 순수하지만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정의가 끓는 열혈 어른이들. “청년이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명언처럼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 청년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어린이에서 어른이로 성장(?)하게 된 시기가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렇게 꿈꿨던 대학 학과에 진학한 스무살 새내기 시절. 매일 마주치는 선배들마다 “우쭈쭈~ 우리 새내기 밥 사줄게”하며 막내 대접해주니 세상 모든 것이 다 내 것 같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세상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입학한 지 6개월쯤, 달콤한 행복을 단박에 깨뜨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듬해부터 ‘본교, 분교 통폐합으로 일부 소속 학과가 없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소속학과에 필자의 학과가 속해있었다는 것! 바른 언론인을 꿈꾸는 ‘정력(正力)신방’ 학도들이 역사 속에 사라진다는 생각에 내 안에 내재된 정의심이 타올랐다.
그리고 다음 날, 대망의 ‘총장실 밤샘 점거’날이 다가왔다. 단체로 저항하는 집회나 시위 참여는 처음이었던 애송이였던터라 아침부터 마음이 복잡했다. “선배.. 뭐 챙겨야돼죠?” “밤샐 체력과 시멘트 멘탈만 있으면 ㅇㅋ” 9교시 전공 필수 수업을 마치고 새내기 동기들은 일제히 총장실이 있는 본관 앞에 집결했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3층 총장실로 올라갔다. 아무도 없는 불꺼진 복도, 굳게 닫힌 총장실 문. 약 70명 정도의 학과 선후배들이 총장실을 목전에 두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았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채 횃불을 든 대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한 것은 유난스러운 내 기우였다. 선후배가 함께 다 같이 도란도란 김밥 등 간식을 먹으며 ‘대학생활이란 이런 것’ 이라는 선배들의 틈새강의가 이어졌다. 연신 ‘우와~선배 멋져요’를 외치다 보니 어느덧 새벽 4시가 훌쩍 지났다. 역시 이날 밤샘 점거는 아무 일없이 매우 평화롭게 조용히 끝이 났다. 단, 변한 게 있다면 좀 더 성숙해진 듯한 나의 마음가짐이랄까. 털 끝 하나 못 씻은 채 꾀죄죄한 차림이었지만 다시 1교시 수업을 향하는 내 자신이 정말 뿌듯하고 기특할 수 없었다. 한껏 감격에 물오른 필자는 끝까지 남은 동기들과 함께 수업 직전 과방에 모여 컵라면을 호로록 먹으며 생각했다. ‘이런게 바로 전우애일까’.
그러고 보니 올해 맛집 기자들의 새내기 좋은 시절 다갔네 다갔어 하하하하(흐규흐규)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가격: 1인당 5,000원~1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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