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회장은 국회에 들어설 때부터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청문회 시각인 오전 10시보다 약 35분 먼저 도착한 이재용 회장을 시작으로 신동빈 회장, 조양호 회장 등 다른 회장들이 2~3분 간격으로 들어왔다. 국회는 순식간에 회장들을 수행하는 실무진과 항의하러 모인 시민들,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구본무·허창수·최태원 회장은 기자들에게 “성실히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으며 김승연 회장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무 임원진과 청문회장에 나타난 다른 재계 총수들과 달리 정몽구 회장은 아들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나이가 많으신 정몽구 회장이 청문회장에 나서야 해 스스로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그룹 출신인 김영수 국회 대변인과의 인연으로 국회 대변인실에서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김 대변인과 대변인실에서 차를 함께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2층에 자리 잡은 청문회장 안으로는 최연장자인 정몽구 회장을 필두로 허창수 회장, 구본무 회장 순서로 들어왔다. 회장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준비된 자료를 뒤적이거나 말없이 앞쪽을 바라보며 청문회의 시작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질문도 이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대부분의 청문위원들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에 대해 질의했으며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추궁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오전 내내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고령인 정몽구·손경식·김승연 회장을 일찍 귀가시키자고 김성태 위원장에게 쪽지를 보낸 데 이어 두 차례에 걸쳐 발언했다. 정몽구 회장은 오후 6시40분께 청문회가 잠시 정회됐을 때 의무실에 들른 뒤 병원으로 이동한 후 청문회장을 떠났다. 오후 8시 30분께 속개된 청문회부터 정진행 사장이 정 회장의 자리를 대신했다. 구본무 회장도 추가 질의할 의원이 없자 청문회 속개 직후 바로 귀가했고 고령인 손경식 회장도 추가 질의를 앞당겨 받고 청문회장을 떠났다. 이후 김승연 회장도 오후 10시20분께 박영선 의원의 질의를 끝으로 자리를 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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