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간질약값을 과다청구한 것이 적발돼 과징금 8,400만파운드(약 1,240억원)를 내야 할 처지다.
BBC에 따르면 영국 경쟁규제기관인 경쟁시장청(CMA)은 7일(현지시간) 화이자가 NHS에 적용한 간질약 에파누틴 값이 유럽 대륙에서보다 몇 배 비싸다면서 이 같은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약은 2012년 화이자의 판권 매각을 전후해 26배가 인상됐다. 이에 따라 NHS가 4만8,000명의 환자들이 이용한 이 약에 지급한 금액은 2012년 200만파운드(약 30억원)에서 2013년 5,000만파운드(약 738억원)까지 불어났다.
경쟁시장청 필립 마스든은 “화이자가 가격을 인상하려고 이름을 숨기거나 최소한으로 노출하는 디브랜딩(de-branding) 전략을 고의로 활용했다”며 “이런 평범하지 않은 가격 인상이 NHS와 납세자들에게 수천만 파운드의 비용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화이자는 ‘에파누틴’이라는 이름의 이 약을 자체 판매했다. 그러나 2012년 플린 파마에 이 약의 영국 판권을 매각했으며 플린 파마는 이 상품에 디브랜딩을 적용해 판매했다. 화이자와 플린 파마 간 판권 거래는 이 약이 NHS와 제약업계가 합의하는 약가 품목에서 제외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경쟁시장청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이자는 이 약은 손실을 초래하는 품목이었다면서 플린 파마와 거래는 간질 환자들에게 중요한 이 약을 계속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하고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또 화이자는 제품 가격을 올린 뒤에도 이 약의 가격은 NHS에 공급하는 다른 경쟁 약들 가격의 25~40% 수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경쟁시장청은 플린 파마에 대해서도 520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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