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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물자원 사전 이용허가·이익공유 조항 넣어라"...에콰도르, SECA에 나고야의정서 명시 요구

한국 등 생물해적국가로 지목

명시땐 무역 보복 길 열려

바이오업계 타격 현실화 될 듯

정부 "수용 불가" 입장이지만

원료수입 정확한 통계 없어 난감





우리나라와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에콰도르가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인 생물(바이오)자원의 사전이용 허가와 이익공유 부분을 조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인 SECA에 이를 명시할 경우 향후 문제 발생시 에콰도르가 정부 차원에서 분쟁조정절차를 거쳐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 나고야의정서가 관련 협약을 위반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가 간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우려된다. 특히 에콰도르는 올 들어 우리나라를 미국·독일 등과 함께 5대 생물해적국가로 지목해 국내 바이오업계에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피해가 차츰 현실화하고 있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상태이며 다음번 협상 때 관련 문안을 만들어 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에콰도르가 자국의 생물자원 개발시 사전통지와 이익분배 내용을 의무조항으로 넣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에콰도르 고위인사가 직접 파워포인트로 브리핑하고 환경 분야 가운데 3분의1 이상을 관련 내용으로 채울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 6월 말 자국의 고유종을 무단으로 이용해 제품특허 출원을 가장 많이 한 5개국으로 미국과 독일·네덜란드·호주·한국을 꼽았다. 이들 국가가 생물자원 접근승인을 받지 않았고 관련 제품에 특허 출원은 위법행위라는 게 에콰도르 정부의 주장이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주요 FTA에도 나고야의정서 관련한 생물다양성 항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이면서 원론적인 내용일 뿐 에콰도르처럼 구체적으로 사전접근 승인과 이익공유의 이행을 명시한 적은 없다. 한중 FTA 조항에는 “사전통지 합의 및 이익공유에 대한 요건을 존중한다”고 돼 있고 7월 발효된 콜롬비아와의 FTA는 “투명한 접근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다른 FTA에서도 생물다양성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이 돼 있지만 에콰도르는 보다 구체적인 이행에 대한 부분을 명시하자고 하는 것이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나고야의정서를 우리가 비준하더라도 FTA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게 되면 위반시 상대국에서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며 “환경문제가 경제문제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에콰도르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례를 만들 수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FTA 협상의 특성상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지는 막판 과정에서 에콰도르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액은 9억달러(약 1조4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에콰도르는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다. 1976년 현대자동차 ‘포니’의 첫 해외수출국이 에콰도르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의약품 및 화장품 원료수입 현황 통계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판단이 불가능하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31.1%가 ‘아메리카 지역(북미·중남미)’에서 원료를 들여왔다. 하지만 이는 설문조사일 뿐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협상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힘들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존량이 적으면 협상에서 이를 수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부분을 포기하더라도 이를 지켜내야 하는데 기본 통계조차 없는데 어떻게 협상을 하겠느냐”며 “정부가 무조건 ‘노’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자원 부국의 국내 바이오 기업이나 연구자들에 대한 이익분배 요구나 특허무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페루 정부만 해도 중국 국가임업국 유칼립투스 연구개발센터가 지난해 7월 자국 식물 ‘사차인치 윌라밤바나’ 재배법을 중국 특허청에 특허출원한 것에 대해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다. 에콰도르도 생물해적 5개국에 대한 특허무효소송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자원부국인 중남미 국가가 나고야의정서에 관심이 크다”며 “중국이나 인도·동남아 지역 국가와 기존에 맺은 FTA도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이를 명시화하는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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