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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朴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긴박했던 현장 5시간

12.9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 '역사의 순간' 현장 르포

299명 의원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 결과

朴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 발표 직전 청와대 참모진 회의소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에 서명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1.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1시간 30분 남짓 남은 오후 1시 30분 국회 본관 3층 본회의실 앞은 탄핵을 촉구하는 의원들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더불어민주당이 100시간 동안 설치했던 ‘탄핵버스터’ 부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마이크를 들고 99번째 연설을 진행했다. 안 의원은 “정유라를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앉히려는 의도를 90%까지 알아냈습니다. 나머지 10% 퍼즐을 맞추면 다시 국민들 앞에 공개하겠습니다”고 말했다.

#2. 오후 2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회의장 안에는 곳곳에 ‘탄핵’ 글귀가 써있기도 했으며 회의 시간이 가까워지자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써 있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의 시작을 알리며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섰다. 추 대표는 “위기 때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목숨마저 희생해온 우리 자랑스런 국민이 희망을 갖는 날”이라고 운을 뗐다.

#3. 오후 3시 각 당 의원들이 탄핵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 본회의장 앞으로 입장했다. 가장 먼저 본회의장에 입장한 의원은 지난 10월 18일 ‘민중의 꿈’을 창당한 울산 무소속 윤종오, 김종훈 국회의원으로, 두 의원은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포스터를 들고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은 심판대에 올랐다”고 외쳤다.

탄핵표결을 약 1시간 앞둔 국회 본관 3층 제1회의장 앞. ‘탄핵버스터’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 즉각 탄핵’ 피켓을 들고 차례로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오후 4시10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야3당, 무소속 의원 171명이 공동 발의한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표결에 나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 처리 됐다. 가결된 탄핵의결서는 사본으로 오후 7시3분 청와대에 전달됐고,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 및 행정수반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발표한 투표 결과가 생중계로 방송된 순간 국회 내부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본회의장 밖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보좌진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의원들은 표결을 마친 직후 회의장 뒷문을 통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일부 의원은 환한 표정을, 일부 의원은 착잡한 듯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밖으로 나섰다.



로비에서는 의원들이 곳곳에서 가결 직후 소감을 전하며 발언을 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민과 맞서고 국민을 이기려고 했던 세력들이 결국 국민들의 심판대에 올랐다”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과거는 이제 다 잊고, 다시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당분간 과도상태가 될 것”이라고 가결 이후 전망을 밝혔다.

9일 탄핵 가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에서 온 방송 앵커가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하기 위한 외신들이 행보도 눈에 띄었다. 일본의 한 매체는 본회의장 앞에서 탄핵 가결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했으며, 알자지라 방송에서 온 한 앵커도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표결을 마치고 지나가는 의원들의 모습을 알렸다. 로비 밖에서는 표결을 마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정동영 의원, 당원들과 함께 “오늘의 표결로 우리가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않겠다. 다시 한 번 위대한 국민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 소추의결서는 헌법재판소에서 180일 이내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63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얼마만에 결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9일 국회 밖에서는 시민들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장미꽃을 들고 함께 환호하던 배진석(30)씨는 “표결 직전 국민 70% 이상이 탄핵에 찬성한다는 언론 기사를 봤다”며 “국민의 뜻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이제 국회도 민의를 받아들이는 기관이 됐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정수현·정가람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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