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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한민국 바로세우기'도 법의 틀 안에서

안의식 정치부장

최루탄에 익숙한 기성세대에

촛불혁명이 이끈 대통령 탄핵

진정한 민주주의 완성 보여줘

韓사회, 법치주의 길로 나가야





100만명이 모이던 날, 아들과 함께 촛불시위 현장에 나섰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연인인 듯 보이는 젊은 층, 중고생·대학생 등등.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탄핵 반대시위 때와도 분위기가 달랐다. 2004년에는 그래도 1980~1990년대의 시위 분위기가 남아 거리에는 긴장감·비장함·엄숙함이 흘렀지만 이번에는 훨씬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노래도 2004년 만해도 운동권 가요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일반가요를 개사한 흥겨운 노래들이 연이어 마이크를 타고 흘렀다.

필자에게 신선했던 분위기 중의 하나는 참여자들의 ‘주권의식’이었다. 이미 기성세대로 변한 필자와 같은 세대에서는 1980~1990년 당시 민주화를 외치면서도 그 상대는 ‘권력을 지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나와는 관계없이 다른 세계에 사는 명백한 ‘타자(他者)’였다. 그러나 이번 촛불시위 참여자들은 대통령을 ‘타자’로 보지 않았다. 내가 투표로 선출하고 ‘대통령직 수행에 동의한 국민의 머슴’으로 인식했다. 내가 뽑아준 사람이 바로 그 ‘대통령직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므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주권의식’이었다. 그간 민주화의 성과에 더한 이 같은 신세대의 주권의식이 바로 이번 촛불 명예혁명을 이뤄냈다.

또 하나 이번 촛불 명예혁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법치주의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분노한 수백만 국민이 거리를 메워도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을 거부했다. 이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은 탄핵 말고는 없었다.

처음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론’ ‘즉시 퇴진론’ 등이 나왔지만 모두 초법적인 주장이었다. 결국 야권 역시 합법적인 방법인 탄핵으로 의견이 모여졌다.

합법적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경험은 우리 국민들에게 신선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국민 승리의 경험’이다. 최루탄과 화염병에 익숙했던 필자와 같은 세대에게는 특히 그러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완성 단계에 진입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앞으로 이 같은 경험이 우리 정치와 역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예측불가다. 하지만 큰 파장으로 이어갈 것은 분명하다.

벌써 그 흥분과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청산해야 할 우선 과제가 있다”며 6개 과제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로 문 전 대표는 ‘비리와 부패에 관련된 공범자를 청산하고 그들이 축재한 부정한 재산을 몰수하고 지위를 박탈할 것’을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검찰·재벌·관료 등에서 국민의 재산과 희망을 짓밟아온 세력들을 모두 찾아내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재벌기업이 장악한 불공정한 낡은 경제지배구조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정경유착, 사익을 위한 정부 고위직 인사 등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는 시급한 과제다.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이번에 드러난 특권과 사익추구, 과도한 인사개입 등을 뿌리 뽑아야 한다.

하지만 탄핵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그것은 ‘법치주의의 틀’ 안이어야 한다. 법이 미비하다면 국회에서의 법제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록 ‘법의 틀’이 답답하고 다소 늦더라도 그 테두리 안에서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과정을 보면서 만약 ‘합법적인 탄핵과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했을 경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번진 재스민 혁명의 유혈사태와 부작용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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