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전 한국마사회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의혹 속에 임기 만료로 퇴진한 가운데 차기 마사회장 인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관행처럼 굳어진 마사회장 자리가 ‘낙하산’ 꼬리표를 뗄 것인지 관심이다.
10명이 지원한 차기 마사회장 후보자 중 최종 후보는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과 박양태 마사회 경마본부장 등 2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관료 출신과 내부 출신 인사의 경쟁 양상인 가운데 마사회 노조가 12일 낙하산 반대 입장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노조는 ‘마사회장 낙하산 투하, 결사반대’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마사회는 ‘국내 유일의 경마시행체’라는 기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조선마사회 설립 이후 회장의 자리는 언제나 정권에서 내려오는 낙하산들의 전리품에 불과했다”며 “군인·정치인·관료 출신뿐만 아니라 민간경영인 출신까지 다양한 낙하산 회장이 마사회장으로 왔지만 국민과 마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마사회는 공기업 중에서도 유독 회장 인선을 놓고 잡음이 컸다. 실제로 역대 마사회장은 내부 승진 케이스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사회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권의 최측근이나 고위관료 출신 인사가 주로 임명돼 ‘관피아’나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방만 경영이나 내부 인사 전횡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마사회 노조는 최순실 사태로 마사회에 시선이 쏠린 상황을 계기로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고 마사회와 말 산업 업무에 정통한 인사가 회장으로 임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34대 현 전 회장은 첫 기업인 출신 회장이 됐지만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시선이 따라다녔고, 특히 최근에는 삼성 출신으로 최순실씨와 삼성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임에 실패했다. 마사회 노조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마사회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농축산업의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첫걸음은 마사회 회장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이 아닌 경마와 말 산업의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 내부 출신 회장에 도전하는 박 경마본부장은 1986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승진한 경마 분야 전문가다. 마사회 내부에서는 낙하산 근절을 기대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내부 출신 인사의 승진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경마 유관 단체와의 관계, 정부와의 소통 등의 측면에서 후보자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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