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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씨의 #그래도_연애] 이별을 거듭하는 그녀의 속사정





“우리 그냥 여기서 헤어지자!”

세상 저 밑바닥으로 심장을 덜컹! 떨어뜨려 놓는 말이 이것 말고 또 있을까. 함께 했던 그 시간, 그 순간들을 아무것도 아닌, 한낱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말. 더 이상 너와 함께 그려나갈 미래 따위는 없다는 말. 너의 손을 잡고, 너의 눈을 마주한다는 게 지옥보다 더 싫다는 굳은 의지를 내포한 말. 매달리는 나의 마음을 추잡한 그 무엇으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그 말.

“…미안한데, 왜? 왜 헤어져야 해?”

함께 했을 때 누구보다 행복했던 우리는 왜 이별 앞에 놓이게 됐을까.

#어제의 그와 오늘의 그는 다르다!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와 연락이 안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할 때도, 멀리 유럽으로 출장을 갔을 때도. 일어나자마자 카톡을 보내고 내 시간에 맞춰 하루 1시간씩 핸드폰을 통해 달콤한 목소리를 전해오던 그였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대화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경아, 미안한데 나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잘게. 잘자! 사랑해~”

새벽 2~3시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어떻게든 나와의 대화를 이어나가려 애를 썼던 그가 언젠가부터 잠이 많아졌고 일이 늘었다. 그와의 카톡 대화창에서 숫자 1이 없어지는 시간이 1분에서 1시간으로 바뀌었고, 때로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1이란 숫자가 없어졌다. 처음에는 너무도 바쁜 그의 일상과 건강이 걱정됐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중요한 사실 하나가 머릿속에 각인됐다. ‘나에 대한 애정이 줄었구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올리브가 나오면, 내 접시에 조심스레 옮겨 놓고, 물냉면 위에 떠 있는 삶은 달걀을 조심스럽게 가져가 내가 싫어하는 노른자를 자기 그릇에 덜어 놓는 그만의, 나만을 위한 세심함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어서 빨리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쉴새 없이 카톡창을 열어보거나, 시계를 들여다보는 그를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결정적으로 나를 실망하게 만든 건 ‘여자친구’에게 홀딱 빠진 그의 모습이었다. 그의 생일에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퇴근 시간에 맞춰 그의 직장을 찾았다. 분명히 2시간 전까지만 해도 ‘회의중’이라던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의 생일에 내가 아닌 아이돌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던 것. (이 지점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ㅠㅠ) 몇 달 전부터 여자친구에 빠졌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생일까지 나를 내팽개치고 팬사인회를 찾을 줄이야(아무리 좋아도 그건 아니잖아!!) 게다가 SNS에 떡하니 올려놓은 그의 글을 보고는 더이상 우리가 예전 같을 수 없겠다고 확신했다.



[팬사인회에서 만난 여.자.친.구! 내가 오늘 생일이라고 하니 여자친구 예린이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잊을 수 없었던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생일 ㅎㅎ]

유치찬란하지만, 이건 리~얼! 상황이었다.

그날은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진짜 여자친구인 내가 있는데도 여자친구에 빠져버린 그의 모습은 대체 뭘까? 내가 없어도 그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를 위해 열심히 만들었던 생일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사랑의 종착점은 결혼일까 아닐까



결혼이 사랑의 종착점은 아니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수많은 연인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종착점이자 두 사람의 인연의 깊이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우리는 이별을 결심한다. 특히 동갑인 경우 여자가 먼저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결혼에 대한 입장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나 취업하긴 했지만 아직 돈도 더 모아야 하고 자리도 잡아야 해서… 결혼은 아무래도 3~4년 내로 힘들 거 같아”



오랜 백수 생활 끝에 어렵사리 중견기업에 취직한 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그는 ‘결혼은 아직!!’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함께했던 시간이 벌써 5년, 1,825일이다. 물론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나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지는 그를 목격하면서 심연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에 숨이 턱! 막혔다.

물론 집에서는 난리다. 하긴 내 나이가 벌써 30세가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엄마는 ‘대체 결혼을 언제 하느냐’는 독촉에서 더 나아가 11년간 사귀었던 연인과 결국 헤어지고 35살 넘어서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엄친딸의 슬프디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엄친딸은 여전히 솔로지만, 그녀를 차 버린 엑스(X)보이프렌드는 훨씬 어리고, 예쁘고, 집안까지 좋은 여자를 만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뭐야? 이 시츄에이션은 ㅠㅠ)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기회가 많지만, 여자들은 30살이 넘으면 현실적으로 결혼에 골인할 가능성 자체가 줄어드는 이 망할 놈의 현실…(흑흑!!!!)



그와 함께 했던 시간, 그보다 그 시간 동안 진실했던 나의 ‘애정하는 마음’이 눈물 나게 아깝지만 그에게 매달려 불안한 상태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어서 빨리 결혼해 나도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에게 결혼을 3~4년이나 미루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가 기다릴 수 있는 최대치는 1년 반이라고도 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선전포고도 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그러면 나는 안 되겠구나! 미안하다!!”

헉,,,잔인한 놈,,,, 결국 우리는 그날 5년의 만남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유는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었을 뿐!

이별하는 연인도 많지만, 수많은 이별의 이유 중에 가장! 엄청! 대박! 슬픈 것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상대방에게 정이 뚝 떨어졌을 때가 아닐까.

시작하는 단계에선, 그 평범한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대수로울 것도 없는 그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섹시하게 느껴졌던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역겨워지기 시작한다. 대세남 공유보다 100배 잘 생겼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그의 얼굴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단점투성이다.

친구의 남친보다 학벌도 별로고, 집안에 돈도 없고, 그 흔한 자동차도 없고.... 그래서 나도 꿈꾼다. 평범한 ‘그 남자’가 아니라 누구나 탐낼 만한 ‘다른 나의 남자’를 만나 진하게 연애하는 것을.... 지금 내 옆에서 게걸스럽게 밥그릇을 비우고 있는 그 남자에 대한 내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버렸기 때문일까. 이 사람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아니 자신감까지 더해지며 ‘꼭 이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안해. 내가 뭘 잘못했어? 내가 다 고칠게!!”

헤어지자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모든 자존심을 내려 놓고 최선을 다해 사정하는 그에게 나는 독설을 쏟아 붓는다.

너는 변할 필요가 없다고, 그냥 이대로의 너 자체가 싫다고, 이렇게 매달리는 게 얼마나 추잡한지 아느냐고... 내가 할 수 있는 잔인함의 최대치를 쏟아낸다.



그렇듯 숱한 이별을 주고 받으며 이별이란 단어에 익숙해졌고 그 만큼 나이도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지겨워지지 않고 끊임없이 매력적이면서, 나에 대한 관심을 줄이지 않는, 그리고 결혼에 대한 관점까지 나와 딱 들어맞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어쩌면 우리가 최선을 다해 찾고 있는 ‘이상형’이란 이 세상에는 없는 것이 아닐까. 결혼 15년차 선배의 말처럼 ‘결혼은 이상형과 하는 게 아니라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렇듯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지독한 갈망과 욕심을 덜어가면서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러다 보면 하루 이틀 살아지는 것은 아닐까. 30년 넘게 오순도순 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모님도 어쩌면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안정과 화목을 일구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이별이지겨운여자 sed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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