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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속도가 ‘정의’다

윤종열 사회부장(부국장)

탄핵가결 됐지만 국정혼란 가중

헌재의 신속한 판단만이 해결책

공정성 겸비한 운용의 묘 발휘를





촛불의 민심은 역시 무서웠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 민의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이끌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가결된 지 보름가량 지났지만 국정혼란은 더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들의 이 같은 분노는 최씨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됐지만 우리 사회의 부패와 잘못된 관행 등을 모조리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깔렸다고 본다. 특히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대 부정입학 의혹 등에서 보듯이 힘없고 백 없는 사람들에 대한 허탈감이 일시에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정치권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민생을 외면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촛불민심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조기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잡으려는 손익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이들의 몰염치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혼란의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오로지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결정 기간에 따라 국정혼란 기간도 달라질 수 있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결정을 최대한 빨리해서 그 기간을 단축해줘야 한다.

그런데 헌재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판단할 태세다. 헌재가 탄핵 사유를 모두 심리 대상에 넣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제출한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모두 13가지에 이른다. 헌법 위반행위가 5개, 법률 위반행위가 8개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와 공무상 기밀문건 유출 등을 탄핵 사유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대통령 측과 소추위원 측의 조정을 통해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각종 법률 위배 등 탄핵 사유 쟁점을 5개로 유형화하기로 했다. 이는 헌재가 심리 기간을 다소 줄여보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당사자가 주장하는 쟁점을 모두 살펴보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국회가 제출한 탄핵 사유 모두가 쟁점 대상이 된 셈이다.

헌재가 쟁점마다 사실관계에 대해 국회와 대통령의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도록 할 경우 탄핵심판 기한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헌재가 탄핵소추 사유로 제기된 쟁점 모두를 심리하기 위해 관련자를 차례로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경우 몇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만큼 국정혼란은 장기화할 것이다.

헌재의 판단이 빠를수록 정국은 안정화된다. 헌재의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헌재가 재판 속도를 내는 데는 특검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검은 정확한 수사 결과물을 최대한 빨리 내놓아야 한다. 특검 수사는 검찰 수사에서 부족한 부분을 중심으로 수사해야 한다. 수사 기간(1차 70일, 추가 30일)이 생각보다 길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한 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지 싶다.

무엇보다도 헌재가 신속한 판단을 위한 운용의 묘를 충분히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탄핵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헌재가 공정성을 지키되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헌재법에는 권한쟁의심판·정당해산심판·헌법소원심판·위헌법률심판·탄핵심판 등 다섯 가지의 헌재 기능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정치성을 띤 게 탄핵 재판과 정당 해산이다. 따라서 탄핵심판은 가장 고도의 정치적 재판이라 할 수 있다.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을 당사자의 모든 주장을 어떻게든 결론 내려는 형사 재판하듯 해서는 곤란하다. 변론 준비절차 때 쟁점을 최대한 압축하고 증인이나 증거 조사도 거기에 맞춰 필수불가결한 것만 해야 한다.

서양의 유명한 법언(法言) 가운데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는 말이 있다. 너무 늦게 나온 판결은 정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헌재는 이 법언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국정이 최대한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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