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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7] 시대 변했는데 정치논리로 규제..."금산분리 합리적 재해석 필요"

1부. 금융산업 지배구조를 다시 본다

<3·끝> 진척 없는 '중간금융지주' 도입

개정안 발의 불구 '재벌특혜' 논란에 국회서 표류

소유구조 단순화·투명성 제고위해 도입 서둘러야

금융사 입장서도 전문성 높은 CEO체제 확립 도움





지난달 29일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하자 금융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삼성생명으로 쏠렸다. 삼성그룹의 완전한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서는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정리작업도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에 속한 금융계열사들은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으로 현재 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업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올해 초부터 상호 거래를 통해 차례대로 지분정리를 해왔던 터라 ‘삼성중간금융지주(가칭)’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금융계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삼성의 중간금융지주 도입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삼성뿐 아니라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현대차·롯데 등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대 변화에 맞춰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중간금융지주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까지 발의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재벌 특혜’로 해석, 4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생태계가 과거와 달라졌음을 지적하면서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기업 건전성 및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 전반의 틀을 선진화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지주회사 비전환 대기업집단은 평균 5.6단계의 출자구조를 가진 반면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은 평균 3.0단계에 불과했다. 또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은 수평형·방사형·순환형 출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의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기업 구조 단순화 및 투명성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 대기업집단인 삼성·현대차·한화·롯데 등은 여전히 지주회사 비전환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사전적 금지원칙인 금산분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지난 2008년 말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위해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도입 논의를 수면 위로 올렸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지주체제 전환 유도를 위해 보완책으로 내놓은 중간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는 대신 해당 금융사를 다른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회사가 되게 함으로써 금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제도다. 다시 말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하더라도 일반지주사의 비금융 자회사들은 비금융 손자회사들만 보유할 수 있고 금융 자회사는 금융 손자회사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과 비금융의 교차 출자는 여전히 금지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공약을 앞세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공정위는 여당과 함께 재차 도입에 나섰다. 그러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공정위는 20대 국회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의 취지상 규제 필요성이 있는 대기업집단, 특히 금산복합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최근 정체되고 있다”며 “따라서 상호·순환출자 해소 및 금융·비금융사 간 출자 절연을 전제로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계속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시대가 달라진 만큼 20년 가까이 원론적으로 적용돼온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합리적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증권 등의 계열사를 통해 돈을 빼내 갈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변했다”며 “금융계열사를 동원하는 위법 행위 같은 것은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산업자본이 회사채로 충분히 자본조달이 가능한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재벌이) 금융계열사 자금을 이용하려고 금융업을 한다는 식의 틀을 깨야 한다”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간금융지주는 특혜가 아니라 장점이 많은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소속이지만 국내 금융산업의 전문성 및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중간금융지주 제도 도입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의원은 “현시점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으로 중간금융지주 도입 문제 역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전문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에서는 건설회사 사장을 하다가 금융회사 사장으로 이동하는 등 CEO의 전문성보다는 해당 그룹만의 논리로 인사가 단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금융중간지주가 CEO 자질에 대한 필터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간금융지주 체제가 도입되면 출자전환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금융사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이 부분만 해결되면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정영현·김보리·이주원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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