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불의 기운을 띤 ‘붉은 닭’의 해로 불린다. 새벽을 여는 동물인 닭의 기운을 품고 태어난 인물들은 성정이 부지런하고 상황 판단 능력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대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올해 닭띠 경영자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닭띠 경영진의 맏형으로는 1945년생 해방둥이들을 들 수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1945년 2월생으로 해방둥이 닭띠 경영진 중에서도 맏형인 구 회장은 올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혁신과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LG만의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게 구 회장의 지론이다. 그가 직접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사업 등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마무리해 그룹 재건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 예비입찰에는 더블스타·링롱타이어 등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일대 접전을 예고했다.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을 푼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웅진그룹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는 윤 회장은 ‘뷰티헬스’ 등 신성장 분야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가(家) 안주인인 홍 관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병상을 지키며 간호에 전념해왔으나 올해부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CSR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0세가 되는 1957년생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확실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을 필두로 사장단의 나이가 점차 젊어지면서 재계 내 위상도 수장급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1957년생 오너 경영진으로는 구자균 LS산전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등이 대표 인물로 거론된다.
구 회장은 재계에서도 대표적인 ‘기술통’ 오너 CEO로 LS그룹이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홍국 회장은 올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에 편입될 것이 확실시된다.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닭고기 업체 하림은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하며 명실상부한 재벌의 반열로 성장했다. 다만 대기업 집단에 묶이면 각종 규제도 강화돼 이를 이겨낼 방안이 요구된다.
서정진 회장은 동갑내기인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바이오 라이벌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인 ‘램시마’를 개발해 세계 점유율을 늘리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 생산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가 닭띠 CEO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4분기 누적 영업손실 712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와신상담을 노리고 있다. 올해 삼성물산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결의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밖에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대표적인 닭띠 CEO다. 사물인터넷(IoT) 분야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철강·조선 업계에서는 닭띠 CEO가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이 중책에 포진해 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과 가삼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 대표(사장),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들이 그 주인공이다. 내년에도 관련 업종 시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영업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이들 사장단의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닭띠 경영진 중 막내 격인 1969년생 CEO 중에서는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과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4세 경영진으로 비교적 나이가 젊으면서도 그룹 내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박 부회장은 4세 경영진 중 이례적으로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두산그룹 초대회장인 박두병 창업주의 4남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로 1999년 두산 테크팩BG 기획팀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5년 1,2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두산건설을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허세홍 대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로 GS그룹의 4세 경영인 중 처음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영 수업을 쌓았고 본인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서일범기자·산업부종합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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