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교수는 2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거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주기 위해 답안지를 대신 써주는 등 이화여대의 업무를 방해하고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업무방해·증거인멸위조교사 등)다.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정씨는 류 교수가 강의한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에서 단답형 시험 14문제 중 10개를 맞혔다. 수업을 듣지 않으면 맞히기 어려운 문제들이었지만 국내에 있지도 않았던 정씨는 대부분 문제의 정답을 정확히 적어냈다. 이에 대해 류 교수의 변호인인 구본진 변호사는 “최순실씨와 김경숙 이대 학장이 ‘수업과 학점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점수를 주려면 답안을 써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답안을 대신 써주고 점수를 높여준 정황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다만 구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며 “정씨가 (답안지 위조를) 부탁한 것이 어떻게 문서위조가 되나. 명의자의 의사에 반해 위조하는 것이 문서위조 아니냐”고 주장했다. 행위는 인정하지만 처벌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교들에게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취지로 압력을 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교들이 (부당하게) 점수를 준 부분에 대한 공범”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중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송광용(64)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10시 출석한 송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고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은 ‘삼성 합병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구속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소환해 조사했다.
/노현섭·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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