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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남발"vs"옥시 못봤나"...'징벌적 손배제' 앞두고 논란 가열

정부도 정치권이어 법 개정 나서...도입 초읽기

업계 "제품개발 위축·가격 높아져 소비자 손해"

학계 "실효성 높이려면 집단소송제 병행을" 맞불





# 지난 1994년 미국 맥도날드에서 한 할머니가 뜨거운 커피를 쏟고 화상을 입었다. 이 할머니는 뜨거운 커피를 아무런 주의 표시 없이 판매한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34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가운데 2억원만이 치료비였고 나머지 32억원은 처벌 성격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이후 정치권에 이어 정부도 안전사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제조물책임법(일명 옥시법) 개정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10배 손배제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배상은 오히려 제품가격에 반영돼 더 많은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고 소송 남발로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이 법에 근거해 제대로 배상한 사례가 드문 만큼 징벌적 손배제와 더불어 집단 소송제를 도입해야 제2의 옥시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10배 징벌적 손배제 등장=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고의적으로 제품의 결함을 눈감아 소비자의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는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피해자 입증 책임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최대 5~10배의 징벌적 손배제와 피해자 입증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등 훨씬 강력한 내용의 법 개정을 예고한 상태다. 징벌적 손배제는 손해를 본 만큼만 배상하는 민법의 원칙을 벗어나는 강력한 처벌이다.

다만 징벌적 손배제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인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방침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제품에 결함이 있는 걸 알면서 판매한 제조업자가 해당하고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유통업자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입증 책임도 줄어든다. 지금은 피해자가 제품의 결함, 결함과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 앞으로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며 결함이 발생해 피해가 나타났다면 추정만으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블랙컨슈머 소송 천국” vs “집단 소송제도 도입해야”=기업들은 국회의 논의가 지나치게 기업을 징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사소한 제품의 결함을 빌미로 소송을 남발하는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남발하면 소송비용이 제품가격에 반영돼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은 제품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자가 제품 결함과 피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책임이 사라지고 추정할 수 있게 한 대목이다. 이는 그동안 추정만으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례를 반영한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기존에 있던 추정 요건도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바꾸었는데 제조물책임법에 새로 추정 요건을 넣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행정제재를 규정하기 때문에 요건이 엄격하고 제조물책임법은 민사소송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어서 요건이 낮다”고 반박했다.

반면 일부 학계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추려면 증권 분야에만 도입한 집단 소송제를 제조물 안전사고에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징벌적 손배제의 대상 역시 농수산·축산품, 소프트웨어 등 제조물로 인정하지 않던 것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집단 소송제를 연계하는 것이 맞지만 징벌적 손배제 도입 자체만으로 경고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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