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402340)가 대주주인 이커머스 11번가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H&Q파트너스가 그룹 수뇌부가 투자금 상환 해법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최대 주주인 SK스퀘어는 10월 3일부터 12월 3일까지 H&Q코리아를 포함한 재무적투자자에게 지분을 되살 권리인 콜옵션을 행사할 지 알려야 한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투자자에게 연수익 3.5%에 해당하는 수익을 얹어 돌려줘야 한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SK스퀘어 지분까지 묶어 매각하는 드래그앤얼롱(동반매도청구) 권한을 활용해 경영권 매각에 나설 수 있다. 2023년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경영권 매각에도 실패한 지 2년 만에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11번가 주주는 SK스퀘어(80.3%)와 나일홀딩스(18.2%)다. 나일홀딩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전체 투자금 중 국민연금이 4000억 원을 출자했다.
H&Q코리아 등 투자자들은 지난번처럼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공식 요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SK그룹이 SK엔무브와 SK온 등의 투자금을 갚기 위해 알짜 자산을 파는 반면, 가장 초기에 외부 투자 유치를 받은 11번가 투자금 상환에는 소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SK그룹의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받은 점까지 곱게 보지 않고 있다.
5년전 한 말과 달라진 SK…항의하는 투자자
11번가 투자자들은 2018년에 SK그룹이 약속한 신뢰가 깨졌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투자 당시 투자자가 SK그룹에 요구하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대신 SK그룹이 투자자에 요구하는 드레그앤콜을 수용했다. 당시 협상 과정에서 자회사 SK플래닛을 통해 11번가를 보유했던 SK텔레콤 최고 경영진들은 H&Q코리아와 주요 출자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SK그룹이 콜옵션 행사를 거부해 매각으로 넘어가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경영진들은 모두 퇴사하거나 다른 계열사의 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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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SK스퀘어의 콜 행사 거부 이전에도 양측의 갈등 조짐은 있었다. 2021년 11월 SK텔레콤은 인적 분할을 통해 그룹 내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를 출범 시키면서 SK텔레콤 산하에 있던 11번가를 SK스퀘어에 편입 시킨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를 반대했지만, 최대 주주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저지할 수는 없었다.
이후 2023년 9월까지었던 상장 기한을 넘기면서 양측의 대립은 드러나기 시작했다.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를 거부했고, 지금까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SK스퀘어는 큐텐, 알리바바, 아마존 등과 거래를 논의했다. 2024년에는 오아시스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했으나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SK그룹 내부적으로도 콜 옵션 거부 이후 큰 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 업계의 비토 분위기에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현재까지 SK그룹의 각종 계열사 지분 매각과 자산 유동화 거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콜옵션은 의무 아냐…SK그룹 ‘최선 다할 것’
그룹 수뇌부는 당시 이사회에서 콜옵션 거부 결정을 내린 주요 경영진에게 경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사회는 선택 사안인 콜옵션을 행사했다가 배임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11번가 투자자들은 2024년 5월부터 그룹 전반의 사업재편을 맡은 수펙스에 직접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은 직접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수펙스 핵심 관계자와 소통할 수 없었다. 그동안 물밑에서 해결을 요구했던 투자자들이 공개적인 비판에 나선 이유다.
다만 SK스퀘어 역시 콜옵션 행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는 한편, 투자금 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24년 8월 SK스퀘어 대표이사에 선임된 한명진 사장은 11번가 문제 해결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SK그룹 역시 이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 투자한 또 다른 PEF 관계자는 “똑같이 상장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SK엔무브는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고, SK온은 워낙 많은 투자금이 들어간 그룹의 역점 사업”이라면서 “11번가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가 일리는 있지만, 11번가의 실적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는 해법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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