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2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14일은 박종철 열사의 30주기이며, 올해는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이기도 하다.
이날 진보진영 시민사회는 촛불집회가 만들어 낸 탄핵 정국에서 박 열사의 30주기 추모행사를 가졌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6월민주항쟁 30년 사업 추진위원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라는 주제로 박 열사 30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추모대회에는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를 비롯해 6월 항쟁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종부씨는 “이제 나는 곧 종철이를 만날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갈 것이다”며 “고맙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다시는 쓰러지지 말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듯 박종철·이한열 열사처럼 많은 분이 희생했기에 1987년 6월 항쟁이 가능했다”면서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까지 함께해야 두 열사도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며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추모했다.
광화문 추모행사에 앞서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서울대 민주동문회, 서울대 총학생회는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은 살아있다-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30주기를 맞아 추모전시회도 마련됐다. 박 열사의 생전 사진과 당시 집회 모습, 물고문 현장, 당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다룬 신문 보도 등이 전시됐다.
또 오전에는 박 열사가 잠든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 열사 유족, 기념사업회 관계자, 서울대 동문과 재학생 등이 참석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박 열사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지난 1987년 1월14일 서울대생 박종철군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턱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며 그의 죽음을 쇼크사로 조작하려 했다.
언론과 천주교 저의구현사제단 등은 박군의 사망원인을 추적해 그가 10시간에 걸친 고문 끝에 숨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군사정권의 탄압에 숨죽이고 있던 시민들을 격분시켰고, 그해 6월 민주항쟁의 불씨가 됐다.
/김정욱·양사록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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