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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강세·원화 하락 겹치면 'MB정권 고물가' 데자뷔 우려

<원자재 가격 급등 2차 물가폭풍 오나>

광물값 상승·고환율 정책에

2008년 소비자물가 2배 껑충

가격상승 공산품 반영 되면

'스태그플레이션' 직면할수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전 세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던 지난 2008년 여름. ‘금(金)철’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철광 가격이 크게 뛰었다. 구리·납·니켈·알루미늄 등 다른 광물의 가격뿐만 아니라 밀·원당·면 등 농산물 가격도 폭등했다. 여기에 강만수 MB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했던 고환율 정책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그해 수입물가 지수는 전년에 비해 22% 급등했고 이러한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도 전년 상승폭의 두 배 가까운 4.7% 올랐다. 최근 국제 원자재 시세와 심상치 않은 환율 움직임까지 합쳐져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전 세계 물가 ‘들썩’=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철합금 제조에 쓰이는 망간광석의 수입 가격은 356.6%(이하 전년 동기 대비) 올랐다. 아연 추출에 쓰이는 아연광석도 가격 상승률이 125.0%였다. 발전 연료인 유연탄도 63.3% 올라 원유 가격 상승률(50.4%)을 앞질렀다. 철강 제련의 주원료인 코크스(석탄)는 142.5%, 공장 가동 연료인 벙커C유도 70.1% 가격이 상승했다. 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가격도 14% 올랐다. 합성고무의 제조에 사용되는 부타디엔은 123.4%, 유기화합물의 주원료인 메탄올은 34.8% 각각 가격이 뛰었다. 1차 금속제품도 아연정련품(62.1%), 주석괴(49.0%), 고철(50.0%), 열연강대 및 강판(35.8%) 등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세계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분석기관의 올해 세계 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3.4%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3.2%)보다 높다. 전망대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역전된다면 이는 201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닥치나=원자재 가격 급등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83원30전.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의 출범,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회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훌쩍 넘을 수 있다. IB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화가치 하락과 맞물리면서 수입물가가 치솟고 원가 급등에 기업이 상품 가격을 올려 그나마 잠잠한 국내 공산품 물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당시와 달리 현재 우리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공산품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경기 침체 속에도 물가가 올라 가계가 어려워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올 수도 있다.

침체된 국내 수요에 기업들이 최종 제품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전가하지 않게 될 경우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업들은 이익을 줄이고 원가부담을 덜기 위해 고용 축소 등에 나설 수밖에 없어 이는 전체적으로 저성장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신흥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이로 인해 공산품 가격이 2008년 당시처럼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르지 않아도 원가관리에 나선 기업이 고용을 줄일 수 있어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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