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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풀 꺾인 반기문

녹록지 않은 현실정치에

"설이후 당 찾겠다. 금전적으로도 힘들어" 꼬리내려

바른정당 국민의당 중 한곳 입당 유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이후 당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지금 금전적으로도 힘듭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공개 석상에서 “차 두 대에, 비서진에, 내 개인사무실 마련에, 팀 사무실까지 한 달에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다 내 사비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을 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껏 대통령이 된 사람 중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며 “당적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발을 담근 ‘초보 정치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례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없어도 있는 척을 해야 하는 게 정치인인데 공개 석상에서 금전 문제를 토로한 것을 보면 반 전 총장이 벌써 정치 현실을 힘들어하는 게 아니냐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입장은 12일 귀국회견 당시만 해도 ‘나를 모셔가라’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설 이후 당을 찾아나서겠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귀국과 함께 자신을 모셔가려는 정당의 구애가 넘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은 본인 스스로가 당을 찾아 적극적으로 노크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현실정치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부터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의 핵심인사,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접촉하며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며 “반 전 총장이 나이브(순진)하게 생각했는지, 정무적 판단이 결여됐는지 현장 행보만 강조해 ‘대선을 치를 생각은 있는 것이냐’는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설 민심이 만들어지기 전에 전국 단위의 정당조직을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데 자칫 밖으로 돌면서 실기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반 전 총장이 입당 여부 결정을 남겨둔 상황에서 모종의 복선을 깐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에 능한 반 전 총장이 아무런 의미 없이 금전 발언을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금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했을 수도 있지만 특정 정당으로의 입당을 결정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의 힘을 빌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것에 대한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마디로 입당 타진을 떠보기 위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말 그대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 측이 2년 반 전부터 저희에게 접촉해왔고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선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격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을 국민의당에 묶어두려고 선공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선택지가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둘 중 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반 전 총장이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존 정당들과 손잡는 ‘연합후보’ 방식도 고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길·류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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