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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7] 중개銀 사라지고 해킹 불가능...블록체인發 금융 대변혁 온다

2부. 금융산업, 네번째 혁명을 만나다

<2> 미래금융 이끄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이용 은행간 국제송금 대체

수수료 20%수준으로 뚝...年55조 절감

무역금융 활용땐 1,000조 신시장 창출

국내銀 아직 미온적...규제 완화도 필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과 일본 미즈호은행은 지난해 ‘리플(Ripple)’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결제 시스템을 내놓았다. 리플은 가상화폐를 활용해 은행 간 국제송금을 대체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그동안 해외송금은 여러 중개은행이 개입하고 국제거래망인 스위프트(SWIFT)를 거쳐야 해 수수료가 비싸고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리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실시간 결제와 청산이 가능해져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중개은행이 사라지면서 해외송금 수수료 역시 현재의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금융의 미래를 바꿀 혁명적 기술로 손꼽힌다. 기존 금융업은 중앙집중화된 서버에서 고객 정보와 거래 내역 등을 보관하는 형태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은행·고객 등 거래 참가자가 같은 정보를 나눠 가지며 거래 시 이를 대조해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는 분산화가 핵심이다. 해커 입장에서는 과거 금융사의 중앙서버만 공격하면 부정인출이 가능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거래 참가자의 모든 저장 내역을 동시에 위변조해야만 해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 세계 금융 업체가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보안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금융기관 간 거래에 더 이상 중개기관이 필요하지 않아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국제송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 6,010억달러(7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송금 지급결제의 7.68%가 중개기관에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약 55조원의 돈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신디케이트대출과 무역금융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기준 미국 금융회사 4곳이 취급한 신디케이트대출 규모는 1조9,170억달러(2,265조원)에 달하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신디케이트 참여 은행이 각기 수행하는 실사와 이를 통합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수백조원이 절감될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금융 역시 글로벌 규모가 연간 18조달러(2경1,276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사들이 관례적으로 하는 수작업 업무와 국가별 소통 문제 등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면 1,000조원이 넘는 가치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사들의 블록체인 개발 속도와 적용 범위는 막대하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체 가상화폐 MUFG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은행 계좌잔액을 MUFG코인으로 바꿔 은행 서비스에 사용하도록 하고 엔화로 전환해 출금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미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런던에서 도쿄로 달러를 송금하는 테스트에 성공하기도 했다. JP모건은 앞으로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블록체인이 몰고 올 혁명적 변화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플랫폼 적용에 있어서는 미온적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에 가입해 글로벌 추세를 파악하는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 시중은행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도 은행에서 골드바를 구매한 고객의 안심보증서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서비스일 뿐이다.

금융 당국의 주도로 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16곳과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해 11월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업을 공동 발굴하기로 했지만 올해 가시화된 사업은 ‘외국환 지정거래 변경 서비스’가 유일하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외국환 지정거래 은행을 변경할 때 은행 간 팩스로 주고받던 업무를 블록체인을 활용해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은행 이용객이 적어 금융 서비스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인 코빗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다양한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주저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해외송금 등 중개기관을 통해 영업을 하던 기존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변경도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핀테크 2단계 발전방안 가운데 하나로 블록체인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일부 법령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수준이 아닌 규제방식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행 법규에서 은행은 특정 업무만 할 수 있도록 나열한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바꿔 은행이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하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핀테크 사업도 시행하려고 보면 규제에 막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이 블록체인 등 핀테크 분야에서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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