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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기각] 최악 벗었지만 정상화 가시밭길...비상경영체제로 체질 확 바꾼다

■위기의 삼성 (6)험난한 정상화 작업

뇌물공여 혐의 판결까지 최대 수 년 소요

징역 등 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어

통상적 설비투자 외 대규모 M&A 빨간불

무주공산 노린 외국 헤지펀드 공격 우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송은석기자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그룹은 오너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완전한 해결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뇌물공여·횡령·위증 혐의를 두고 법원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한다. 징역 등 처벌의 가능성이 최대 수년간 열려 있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의 불구속에도 삼성이 비상경영체제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재용 불구속에도 삼성 비상경영 불가피=삼성은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팀 수사 직후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전문경영인이 구성한 사장단협의체로 잠시 운영된 전례가 있다. 삼성은 당시 현재 미전실에 해당하는 전략기획실을 공식 해체하고 그해 7월2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부터 사장단협의체로 전환했다. 이 협의체는 의장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중심이 돼 그룹 주요 사안들을 결정했다. 사장단협의체 산하에는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등 비상설 기구를 뒀고 이듬해인 2009년 1월 ‘인사위원회’까지 추가돼 3개 위원회가 그룹 전체 의사결정을 조율했다. 이 체제는 이건희 회장이 공식 복귀한 2010년 3월까지 약 1년8개월 동안 유지됐다.

구속은 피했지만 이 부회장의 처벌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받고 있는 뇌물공여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횡령죄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모든 혐의를 벗는 데 걸리는 시간만 최소 수개월, 최장 수년이다.

따라서 삼성은 이 부회장이 당분간 경영 보폭을 줄인 채 사장급 전문경영인의 권한이 강화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사장단협의체 같은 비상경영 기구가 출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 미전실 3인자인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등을 중심으로 미전실이 그룹 비상경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을 포함한 전자 계열사 대표들도 설비투자 등 사업상 주요 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나 삼성가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역할 변화도 관심을 끈다. 홍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7%로 이 부회장(0.6%)보다 많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단정도 함부로 내릴 수 없다”며 “사장단협의체 재등장설의 근거도 그게 실제로 운영된 유일한 비상체제였기 때문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지주사 전환 일시 중지…빨간불 켜진 삼성의 미래=비상경영체제하의 삼성은 과감한 투자, 선제적 구조개편 대신 현상 유지에 치중할 확률이 높다. 산업계는 삼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스마트카, 인공지능(AI) 같은 차세대 사업에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0억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인수를 결정한 미국 차량용 부품 기업 하만인더스트리는 올해 3·4분기에 가서야 인수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하만 주주 설득, 미국 정부기관의 승인 등 이 부회장이 적극 발로 뛰며 풀어내야 할 일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적기에 확대할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커졌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이 통상적인 설비투자를 제외한 대규모 신설투자, 인수합병(M&A)에 섣불리 손대기 어렵다는 얘기다. 파운드리사업부 신설처럼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직개편도 당분간은 실천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요구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미전실 해체도 물 건너갔다. 설상가상으로 외국 헤지펀드가 무주공산의 삼성전자를 노리고 또다시 공격을 감행할 염려도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삼성 내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엘리엇은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삼성 경영진을 압박했었다.

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법 처리되면 미국 정부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통해 삼성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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