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월13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박 소장의 일정 제시에 박 대통령 측이 날 선 언어로 반발하며 재판부를 포함한 당사자들과 탄핵심판정 안팎에서 격돌했다. ★관련기사 6·31면
박 소장은 25일 열린 탄핵심판 9차 변론을 시작하면서 “재판관 1인이 추가로 공석이 되는 경우 이는 단지 한사람의 공백을 넘어 심판 결론을 왜곡할 수도 있다”며 “이 사건 심리와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헌재 구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 늦어도 3월13일까지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9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개시 이후 재판부에서 선고 일정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칫 심리가 3월을 넘어 헌재가 재판관 7인 체제에 돌입할 경우 심리정족수(7인)나 탄핵인용 정족수(6인 이상 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 측은 공정성 문제를 들어 그 자리에서 반발했다. 권성동 소추위원단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3월7일을 예상 선고일로 예측한 점을 들어 재판부와 국회 측의 내통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박 대통령 측의 이중환 변호사는 “소추위원 측과 헌재의 교감이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를 관할하는 자리”라며 “신청 증인이 불채택된다면 피청구인은 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대한 결정은 대리인 총사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소장이 “지금 발언은 마치 재판부가 물밑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재판부 모독이 아닌가”라고 격앙되면서 탄핵심판정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
권 소추위원단장은 기자회견에서 “마치 저와 헌법재판소 간에 내통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면서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의도일 뿐 아니라 즉 국민을 압박하는 행위”라며 “소송을 지연하려 하거나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정치공작을 지양하라”고 촉구했다.
헌재의 일정 공개로 정치권에서는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인용시 헌재 선고일을 기준으로 60일 안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조기 대선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돼 기존대로 12월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김흥록·류호·이두형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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