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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고향(故鄕)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번 설 연휴에도 고향을 찾아 3,000만명이 넘게 움직였다. 기차역과 터미널은 귀성객들로 북적였고 전국 주요 고속도로는 곳곳에서 정체가 이어졌다. 마침내 도착한 고향 집에는 따뜻한 웃음꽃이 가득했고 정이 넘쳤다.

명절이면 반복되는 민족의 대이동은 우리 국민들이 유독 타향살이가 많은 탓이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어 외국으로 나가서. 6·25전쟁으로 이북 주민이 남하하면서. 그리고 근대화 이후에는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도시로 인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농촌인구들이 고향을 등지고 돈벌이가 쉽고 교육환경이 좋은 도시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열 일을 제쳐 두고 찾아가는 고향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이다. 언덕이 그립고 산과 들이 그립고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곳. 그렇게 고향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곳의 대명사이다.

고달픈 타향살이에 지쳐 평소에는 고향을 잊고 지내다가 명절이면 부모·형제와 정든 사람을 만나 향수를 달래고자 설렘을 안고 복잡한 귀향길에 오른다. 명절에 각지로 흩어진 죽마고우도 고향을 매개로 만나게 돼 활기를 되찾게 된다. 이렇게 고향은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곳이다.

경기도 안성 일죽이 고향인 필자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고향을 찾는다. 벌써 45년째다. 필자에게는 고향이 두 개다. 안성은 태어나고 자라서 과거가 있는 곳이라면 서울은 철이 들면서 상경해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며 미래의 꿈을 키웠고 이제는 삶의 터전이 된 두 번째 고향이다.

가난한 시절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가 그러했듯 필자가 꿈을 향해 상경할 무렵, 중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고작 3분의2밖에 안 됐다. 그 당시 교실 안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촌학생들의 사투리 경연장 같았다.



학창시절, 객지인 서울생활이 어렵고 힘들수록 더욱 생각나는 고향 안성은 보고 싶은 부모·형제와 선산이 있고 늘 평안함과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향 사람을 만나면 처음 보는 낯선 이도 따뜻한 이웃처럼 반가움을 느낀다.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언제 찾아도 격의 없이 나를 대해주는 죽마고우와 동창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가득한 곳.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곳. 이번 설에도 변함없이 교통체증을 뚫고 고향을 다녀오신 모든 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올 한 해 각박한 세상에 힘들고 지칠 때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회상하거나 타향이지만 미래의 꿈을 키우며 마음의 보금자리가 된 새로운 고향을 생각하며 삶의 희망과 위안을 얻어 보자. 그리고 우리 모두 고향의 본질을 찾아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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